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중국 쪽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지난 2020년 1월15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른 의무사항 이행률이 저조하다는 미국 쪽 평가에 대해 중국이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미국 쪽 후속 대응에 대비한 ‘명분 쌓기용’으로 보인다.
훠젠궈 전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원장은 10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코로나19 사태의 영향 등을 놓고 봤을 때, 대단히 바람직한 수준의 합의 이행률”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전날 보고서를 내어 “중국의 1단계 합의 의무사항 최종 이행률은 57%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훠 전 원장은 “합의 이행을 위해선 쌍방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 미국의 산업 공급망은 안정적이지 않고, 항만에선 화물 선적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원인은 다양하며, 중국은 최선을 다해 가능한 최대치를 수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합의에 따른 의무 수입물량을 채우지 못했다고 중국을 비판하며 압박을 지속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변명”이라며 “미국은 무역전쟁 기간에 부과했던 보복 관세 유예·인하를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위원도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세계적인 산업 공급망 교란 및 경기침체 등을 겪은 상황에서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 의무사항을 채우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중국이 합의사항을 모두 이행했다면 ‘기적적인 일’로 기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1월15일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은 지난해 말까지 무역전쟁 이전(2017년) 수입액을 기준으로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의무 수입해야 할 미국산 제품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2279억달러와 2745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이에 대해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신문에 “처음부터 중국의 능력을 벗어난 비합리적인 목표치였다”며 “그럼에도 농산물 등은 최대한 수입을 늘렸다”고 말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쪽 자료를 보면, 중국의 농산물 수입은 의무 이행률을 83%로 비교적 높은 반면, 에너지(37%)·서비스업(52%)·제조업(59%) 분야 이행률은 저조했다.
이어 스 교수는 “중국과 미국은 그간 무역과 관련해 접촉을 지속해왔지만, 양쪽 모두 이를 ‘협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있다. 실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무역과 관련해 중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중국의 기술력을 옥죄려는 압박이 더욱 심화·확대·강화됐다”고 말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합의 발효 이후 중국은 코로나19와 세계적 경기침체, 공급망 교란 등으로 인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미국이 하루빨리 중국 쪽에 부과한 보복 관세와 제재 등 압박을 풀고, 양국 간 무역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우호적 분위기와 조건을 조성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미 양국 경제·무역 관계 문제는 상호존중과 평등한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일방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위협과 압박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인터넷 매체 <펑파이>가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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