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앞 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앞 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장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사마르칸트/AP 연합뉴스
지난 10일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르면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에 맞서 두 나라의 ‘전략적 연대’를 한층 더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습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13일 이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빠르면 다음주에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계획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앞선 1월30일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을 초청한다고 보도했고, 푸틴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모스크바에서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장을 만나 “시 주석의 방문을 기다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중국 외교부와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은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는 통신의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는 ‘국제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왔다. 특히 서구의 원유 수입 금지 등의 조처로 판로를 잃은 러시아산 원유의 대중 수출이 급증했다. 그로 인해 중-러의 지난해 교역액은 사상 최대인 1903억달러(약 250조원)까지 늘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의 맞서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중국의 중재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 벌써 1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처리 방향을 두고 속 깊은 의견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외교부는 개전 1주년이 되는 지난달 24일 △주권 존중 △전쟁 중단 △평화협상 개시 △일방적 제재 중단 등의 내용이 담긴 12항목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몇 가지 동의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미묘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러시아군의 즉시 철수나 전범 처벌 등의 등의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시 주석이 이번 방문에서 푸틴 대통령에게서 평화 협상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끌어내면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중국은 지난 10일 중동의 두 ‘앙숙’인 사우디라아비리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이끌어 내 전 세계를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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