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부가 북핵 문제 해법의 황금률로 여기는 ‘중국 역할론’, ‘중국 책임론’과 관련해, 중국이 “북핵 문제는 미국 때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에서도 회의론이 팽배한 분위기다.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뒤 미국에서 ‘중국 책임론’이 거론되는 데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조선(북) 핵문제의 유래와 난점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 조선 핵문제의 실질은 조(북)-미 갈등”이라며 ‘미국 책임론’으로 맞받았다. 화 대변인은 “방울을 떼려면 방울을 단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미국은 (한)반도 핵문제 변화 과정을 돌아보고, 실질적으로 유효한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의 발언은,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콕집어 이야기하고 싶은 것 중 한가지는 중국의 역할이다. 중국은 이러한 (북핵의) 발전과 이를 돌려놓을 중요한 책임을 공유한다”고 말한 데 대한 대응이다. 화 대변인은 이날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미국의 책임을 중국에 ‘양보’하는) 카터가 지나치게 겸손한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이 특정 국가의 이름을 거론하며 지목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과 갈등하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일본과 갈등하지만, ‘관련 국가’ 등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날 화 대변인은 “미국”이라고 분명하게 밝혀 ‘중국 역할론’에 대한 불만의 정도를 짐작케 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이날 대북 제재를 강화하라는 한·미의 요구에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화 대변인은 “단순한 강력한 압박은 (한)반도 핵문제의 매듭을 더 세게 묶을 뿐이며, 심지어 풀리지 못하는 매듭을 만들 수도 있다”며 “대화를 통해 관련 각국의 안보 관심이 균형적으로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강조해온 ‘6자회담 재개’와 지향점이 다르지 않다.
앞서 중국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조선(북) 핵문제는 조선과 미·한 간의 일로, 조선 이외에 ‘책임질 사람’을 찾아야 한다면 첫번째는 미국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식 사고에 세뇌됐다”며 ‘제재 만능론’을 비판했다. 다른 기사에서도 <환구시보>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책임론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중국에 오물을 퍼붓는 것”이라며 “미·한의 생각은 중국이 조선에 대한 석유·에너지 공급 및 무역거래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매우 하기 힘든 일”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10일치 사설 및 기사를 통해 ‘중국 역할론’에 대해 “중국이 북한 경제의 활력을 유지시키려 커다란 구멍을 남겨놓았기 때문에”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11일 “중국이 북한을 추가적으로 고립시키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워싱턴/김외현 이용인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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