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가 8일 독일 뒤셀도르프 샤우스필하우스 극장에서 열린 패널토론회에 참석해 나이지리아 작가 겸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오른쪽)와 함께 서 있다. 뒤셀도르프/EPA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각)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했다.
독일 역사상 첫 여성 총리이며 올 가을 퇴임을 앞둔 메르켈은 이날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패널토론회에 나이지리아의 작가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와 함께 초청 연사로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보도했다.
그는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본질적으로 페미니즘은 사회 참여와 인생 전반의 참여라는 측면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맞다.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본인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16년간 최장수 독일 총리를 역임하면서 많은 여성의 롤모델로,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으로 여겨져 왔으나, 정작 본인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로 규정하기를 주저했다. 2017년 베를린에서 열린 ‘여성20 정상회의’에선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얼버무려, 많은 이들의 실망과 비판이 이어졌다.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이와 관련해 “나는 과거 페미니즘에 대해 말할 때 훨씬 소극적이었다”고 시인한 뒤 “이제 좀 더 내 생각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26일 총선을 치른 뒤 의회를 새로 구성해 새 총리를 뽑을 예정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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