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왼쪽)가 22일 브뤼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곧 이임하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유럽연합 법원(EUJ)이 27일(현지시각) 폴란드 사법부의 관할권 논란과 관련해 폴란드에 하루 100만 유로(13억6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디페아>(pda)가 보도했다.
유럽연합 법원은 이날 폴란드의 판결 이행과 관련해 “유럽연합의 법질서와 가치, 특히 법에 의한 지배 원칙에 심각하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며 벌금은 폴란드가 법관 징계위원회 설치를 중단할 때까지 계속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폴란드의 세바스티안 칼레타 법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유럽연합 법정이 폴란드의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완전히 깎아내리고 무시했다”고 반박했다. 마친 로마노프스키 법무부 차관은 보복조치로 폴란드의 유럽연합 재정 기여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선출되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유럽연합 기구가 폴란드 사회 위에 군림하며 폴란드의 민주적 의지에 따른 개혁을 막고 있다”고 반발했다.
논란은 폴란드 정부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추진한 사법개혁 조치에서 비롯했다. 특히 법관 징계위원회 설치가 논란의 초점이 됐다. 지난해 유럽연합 법원은 ‘징계위원회가 정부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고 판결 내용을 문제 삼아 판사를 징계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는 등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한다’며 유럽연합 조약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폴란드 정부는 지난 4월 ‘유럽연합 법원이 폴란드의 사법개혁을 중단시킬 권한이 있는지 판단해 달라’며 이 문제를 자국의 헌법재판소로 가져갔다. 이에 대해 폴란드 헌재는 최근 “유럽연합의 조약은 폴란드 법체계에서 헌법에 종속된다”며 폴란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폴란드 정부는 징계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한 사법개혁이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부패한 판사들을 걸러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항변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우려가 큰 징계위원회 설치를 중단하지 않으면 폴란드에 배정된 코로나19 경제회복 지원금 360억 유로(49조원)의 지금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 정부들이 신뢰를 허물고 있다”며 유럽연합은 “현금인출기가 아니다. 돈만 받아먹고 가치는 거부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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