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는 중요한 수산자원이지만 탐구할 여지가 큰 신비로운 동물이기도 하다. 낙지의 생명 현상을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조선미 박사 제공.
오징어와 낙지, 게도 고통을 느낀다.
런던경제학교의 전문가들이 영국 정부의 의뢰로 조사한 보고서에서 오징어와 낙지 같은 두족류와 게, 가재 같은 십각류가 지각이 있는 존재로 분류돼야 한다고 밝혔다고 <시엔엔>(CNN)이 23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또 이에 따라 이들 두족류와 십각류를 산 채 끊는 물에 넣어 삶지 말 것을 권유했다.
이런 조사 내용은 300개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살펴 지각의 증거를 평가한 뒤 내놓은 결과이다. 영국 정부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동물복지법에 어떤 동물을 지각 있는 존재로 분류할지 참고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의뢰했다. 척추동물은 이미 지각이 있는 존재로 분류돼 있다.
잭 골드스미스 동물복지 장관은 “과학은 두족류와 십각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제 그들이 동물복지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홍게가 오스트레일리아 크리스마스섬에서 무리 지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촬영날짜가 확인되지 않은 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것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현재 논의되는 법에는 ‘동물지각위원회’의 설립을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는 정부 정책이 지각 있는 동물의 복지를 얼마나 잘 고려하는지를 평가해 보고서를 내게 된다. 이 법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물복지 액션플랜’의 일환이다.
보고서는 8가지 방법을 이용해 지각 능력을 평가했다. 여기에는 학습능력, 고통 수용체의 존재 여부, 고통 수용체와 특정 뇌 부위의 연관성, 마취 진통제에 대한 반응, 위기와 보상에 대한 균형감각 등이 포함됐다. 그 결과 문어류에서 “매우 강한” 지각의 증거가 발견됐고, 대부분의 게(크랩)에서 “강한” 지각의 증거가 확인됐다. 오징어와 갑오징어, 바닷가재에는 지각의 증거가 상당했으나 강하진 않았다.
이런 차이가 실제 이들 동물의 지각능력 차이라기보다는 과학자들이 얼마나 많이 연구했나의 차이에서 비롯한다고 보고서가 밝혔다. 보고서는 “과학적 관심이 실용적 이유(예컨대, 실험실에서 연구하기 편리하다)로 특정 동물에 편중됐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두족류나 특정 십각류만 보호 대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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