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업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사진기자단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18일(현지시각) 30여개 회원국 영토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중정찰을 서로 허용하는 ‘영공개방 조약’(OST)의 탈퇴를 선언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2021년 12월 18일 이후 러시아는 더는 영공개방조약 가입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영공개방 조약은 1992년 미국과 러시아, 유럽 등 30여개 나라가 참여해, 서로 자유롭게 비무장 항공기로 공중정찰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조약이다. 그러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절인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일부 지역의 항공정찰을 거부하는 등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식 탈퇴했다.
성명은 “영공개방 조약은 몇십년 동안 이행 성과를 통해 신뢰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잘 작동해왔고 회원국들의 군사적 잠재력과 활동을 객관적이고 편견 없이 평가할 기회를 제공해왔다”고 평가했다. 성명은 또 “미국의 조약 탈퇴로 회원국들의 이익과 권리, 의무 사이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러시아는 절충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다했으나 성과가 없었다며 “러시아도 국가 안보의 이익을 무시할 수도 무시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영공개방 조약은 지난해 미국에 이어 이번에 러시아마저 빠지면서 사실상 형해화하게 됐다. 올 초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영공개방 조약 재가입이 추진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러시아 상원은 지난 6월 152명 전원의 찬성으로 탈퇴안을 통과시켰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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