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가 2021년 6월 6일 런던에서 방송 출연을 마치고 비비시 방송국을 떠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에서 토니 블레어(68) 전 총리가 기사단 훈장을 받자, 곧바로 훈장 수여를 취소하라는 온라인 청원이 이어지는 등 논란을 겪고 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달 31일 밤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기사단으로 임명되며 ‘가터 훈장’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가터 훈장은 1348년 에드워드 3세 국왕이 제정한 기사단 훈장으로, 많은 영국 총리가 퇴임 뒤 관례에 따라 이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블레어 전 총리의 수훈 소식은 이례적으로 수훈을 취소하라는 온라인 청원으로 이어졌고, 이에 60만명이 서명했다. 온라인 청원서는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전 등 “다양한 분쟁”에 참여해 수많은 민간인과 군인이 목숨을 잃도록 한 데 대해 “개인적 책임이 있다”며 “그는 전쟁 범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청원에 서명한 트위기 가르시아는 “여왕이 그를 기사단에 임명하는 것은 불명예”라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97년부터 세 차례 총선에서 거푸 노동당의 승리를 이끌며 총리로 재직하다 2007년 물러난 정치인이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둘러싸고 유럽 등 국제사회가 찬반 논란을 겪을 당시 미국을 적극 지지하며 영국군을 이라크에 파병했다.
영국에서 온라인 청원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이번 청원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현재 노동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는 블레어 전 총리가 추진한 북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를 언급하며 “그는 선거를 세 차례 승리했고 매우 성공적인 총리였다. 그는 훈장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