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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푸틴의 도발이 독일 군비증강 불붙였다

등록 2022-02-28 13:53수정 2022-02-28 17:43

숄츠 총리 “무기 현대화
1천억유로 투입하겠다
GDP 2% 이상 국방비로”
독일 의원들이 27일(현지시각) 올라프 숄츠 총리이 ‘러시아에 맞서 군비를 증강하겠다’고 밝히자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독일 의원들이 27일(현지시각) 올라프 숄츠 총리이 ‘러시아에 맞서 군비를 증강하겠다’고 밝히자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력보다 통상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해온 독일의 외교·안보정책 노선을 하룻밤 만에 180도 뒤집어놓았다. 이번 침공이 유럽에 끼친 충격의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올라프 숄츠(63) 총리는 독일 27일 의회 연설에서 무기 현대화에 1천억유로(약 134조7690억원)를 투자하고 공군의 낡은 토네이도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의 첨단 스텔스기 F-35를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1.3% 수준인 국방비를 2%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2% 지출은 2014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에서 합의된 것이었다. 하지만 독일 등이 증액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숄츠 총리는 이런 정책을 취하는 이유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냈다. 이 새로운 현실은 분명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은 러시아 제국의 건설을 원한다”면서 독일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의 영토를 “한뼘”이라도 침략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숄츠 총리의 언급은 전후 70여년 동안 이어진 독일의 외교·안보정책의 근간을 뒤집은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독일은 지난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이라는 반성에 따라 군비 지출을 억제하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민주적 가치를 외면하는 독재국가나 권위주의 국가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보다 이른바 ‘교역을 통한 변화’라는 독트린 적용을 선호해왔다. 1989년 냉전이 끝나고 통일을 달성한 뒤 이런 경향은 더 강해졌다. 1989년 50만명이던 병력을 18만명으로 줄였고, 전차도 5천대에서 300대 수준으로 감축했다.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지원을 요청하는 우크라이나에 군용 헬멧 5천개를 보내는 데 그칠 정도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이 모든 것을 바꿨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글로벌공공정책연구소’의 토르스텐 베너 소장은 독일이 “푸틴이 한 일에 충격을 받은 데 그친 게 아니다. 푸틴이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 우리가 과소평가했다는 부끄러움과 자책감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평화주의 외교를 내세워온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장관도 독일의 정책이 “180도 전환됐다”고 시인했다. 그는 “오늘 독일은 외교와 안보 정책에서 특별히 자제력을 행사하던 방식을 뒤안길에 남겨놓았다”며 “세계가 달라졌다면 우리 정책도 달라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이런 노선 변화는 26일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전산망에서 배제하는 데 반대하던 태도를 바꾸면서 어느 정도는 예고됐다. 독일은 이날 저녁 우크라이나에 스팅어 미사일 등 무기 제공 방침도 밝혔고, 에스토니아와 네덜란드가 독일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는 것을 불허하던 입장도 허용으로 바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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