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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히틀러 같은 푸틴 승리하면, 호전적 정권들 마음대로 하게 될 것”

등록 2022-03-30 04:59수정 2022-03-30 08:11

박민희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 포노마렌코 주한우크라이나 대사

어린이 등 민간인 거주지역 집중 폭격은 ‘전쟁 범죄’
더 큰 재앙 맞기 전에 국제사회 단결해 전쟁 멈춰야

‘나토 불가입’하려면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 보장 필요
한국인 지지에 감사…젤렌스키 대통령 국회연설 추진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우크라이나대사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우크라이나대사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용산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 입구에는 한국 시민들이 보내온 평화 메시지와 색색의 꽃들이 침략에 굴하지 않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응원하고 있다. “힘내요” “겨울을 지낸 보리가 더 싹을 잘 틔우듯 고난이 지나가면 한송이 해바라기처럼 빛을 내고 빛을 나눠주는 존재로 하늘 높이 우뚝 설 것입니다…”

지난 25일 오후 대사관에서 만난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매일 한국 시민들로부터 연대와 지지 메시지를 받고 있다”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지난 2월16일 한국에 부임한 포노마렌코 대사는 8일 만에 고국이 침공당한 소식을 들었다. 그는 매일 한국 정부 관계자, 정치인, 시민들을 만나고,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해 전쟁 중단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호소하며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시도나 ‘나치와의 관련성’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가짜뉴스”라면서, “푸틴의 행동이야말로 히틀러와 위험할 만큼 비슷하다”고 말했다. “푸틴이 승리한다면, 전세계의 공세적인 정권들에게 ‘마음 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면서 “세계가 더 큰 재난에 직면하기 전에 반드시 단결해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는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르키우, 체르니이브, 수미, 키이우 교외 등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서 거주지역이 집중적으로 폭격을 당하고 있다. 포위된 마리우폴의 상황이 최악이다. 이 도시는 거의 파괴되었다. 러시아는 매일 50~100기의 항공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과 봉쇄로 수천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의 범죄에는 1300여명의 민간인들이 피신하고 있던 극장을 폭격한 것, 400여명의 민간인이 피신하고 있던 예술학교를 폭격한 것, 400명의 민간인들이 있는 병원을 점령해 그것을 인간 방패로 이용한 것 등이 포함된다. 우크라이나 검찰의 집계를 보면, 28일까지 어린이 143명이 러시아 침략자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은 ‘자급자족으로 전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크렘린은 공식적으로 약탈을 승인한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다. 전세계적으로 푸틴과 그의 측근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범죄를 정당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상원은 최근 푸틴을 전범으로 선언했다. 얼마 전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는데, 그가 각국 전임 지도자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의 성명을 전해주었다. 그들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 범죄 혐의를 조사할 특별 형사 법정을 열어서 침공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쟁이 끝난 뒤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에게 행해진 어떤 범죄도 처벌받지 않은 채 넘어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협상이 진행되었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나토 가입은 하지 않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했는데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러시아가 벌인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최우선 사항이다. 러시아도 전장에서 군사적으로 패배를 겪으면서, 협상에서 이전보다 약간 현실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10일 터키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러시아는 휴전과 인도주의적 통로를 마련하자는 우크라이나의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전장에서 그들의 공세가 무용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협상이 휴전과 종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군을 더 성공적으로 격퇴할 수록, 러시아는 더 건설적으로 변할 것이다. 우리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장기적인 안전 보장이 필요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과 우크라이나의 이웃 국가들이 보장을 제공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구상한 매커니즘과 비슷한 것이다. 그것은 이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는 어떤 시도도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계속 저항하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도 계속 싸울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인들의 힘은 정신에 있다. 우리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압제와 점령과 우리 국가와 가족들을 파괴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맞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싸울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침략을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꽃을 들고 그들을 환영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들은 강철 같은 결의에 부딪혔다. 이제 러시아군은 약탈을 하고 있다. 그들은 굶주리고 버려지고 사기가 떨어졌다. 러시아 살인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할 희망이 없다. 그들은 왜 우리나라에 와서 싸워야 하는지를 설명할 이유도 없고 사기도 떨어졌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우리의 가정과 땅을 보호할 것이기에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러시아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고, 모든 가능한 외교적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우크라이나대사관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우크라이나대사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러시아의 침공은 이미 국제질서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만일, 푸틴이 승리하게 된다면, 유럽과 세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푸틴은 우리나라를 완전히 파괴할 때에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이 승리한다면 전쟁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로 확산될 것이다. 그의 승리는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세계의 지도를 바꾸기를 원하는 다른 공세적인 정권들에게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더 위험한 것은 러시아인들이 명백하게 그런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3월에 시행된 한 조사를 보면 86.6%의 러시아인들이 유럽연합 국가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아이디어를 지지했다. 우크라이나 다음의 목표로는 폴란드(75.5%가 지지), 발틱 국가들(41% 지지), 불가리아, 헝가리, 과거 체코슬로바키아(39.6%)였다. 이것이 우리가 푸틴의 공세적 정권을 가능한 빨리 멈추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이다. 세계가 더 큰 재난에 직면하기 전에 전체 국제사회가 반드시 단결해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멈춰야 한다. 나는 푸틴이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군대는 재결집해서 러시아군을 격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그가 비재래식 무기를 사용한다면, 그가 승리한다고 상상한다면 이것은 우크라이나에 뿐만이 아니라 전 유럽과 세계에 최대의 재앙이 될 것이다.”

―실제로 푸틴이 생화학무기, 핵무기까지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푸틴 정권이 위험한 것은 그들이 어떤 일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무책임한 행동은 심각한 핵과 화학물질 오염 위험을 일으키고 있다. 4일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핵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에 폭격을 시작했을 때, 유럽은 핵 재난의 문턱까지 갔었다. 다행히도 우크라이나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화할 수 있었지만, 러시아군 400명과 50대의 군 차량이 주둔한 채 그곳을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체르노빌 원전도 장악했는데, 이미 전력선을 두차례 훼손했고, 그것은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두번 모두 우크라이나 복구팀이 전력선을 복구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체르노빌과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보장하는 모니터링 시스템과의 연결이 끊겼다. 20일에는 수미힘프롬 화학 물질 생산 공장이 폭격을 당해 50톤짜리 탱크에서 암모니아가 유출되었다. 러시아의 핵 운용 부대는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 푸틴은 자신이 원할 때마다 핵 위협을 휘두르는 것을 좋아한다. 세계가 영원히 협박을 당할 수는 없다. 반드시 멈추게 해야 한다.”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는 3000개의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비핵화했다. 당시 미국, 러시아 등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기로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991년 독립했을 때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투기들도 가지고 있었다.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이 우리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로 보장하는 것을 대가로 우리는 핵 보유국 지위를 포기하고 이 모든 것을 폐기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순진했다. 그 문서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돈바스를 점령한 이후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협상을 하려고 세차례 시도했지만, 그 때마다 러시아가 거부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우리 영토를 불법적으로 계속 점령했고 최근에는 우리에 대해 전면 전쟁을 시작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교훈을 얻었다.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이 되는 가능성에 대해 어떠한 협상을 하려면 우리의 안보를 보장할 효과적이고 철통 같은 국제적인 매커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28일 한 어린이가 파괴된 건물 앞을 걸어가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28일 한 어린이가 파괴된 건물 앞을 걸어가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무리하게 추진해서 러시아가 침공하게 되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토의 확장을 푸틴이 침공을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는가?

“어떤 국가도 자국의 안보 방식을 선택할 고유의 주권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어떤 나라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익 범위에 대한 구상을 군사적 위협으로 다른 나라에게 강요할 권리를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나토에 가입하려는 열망은 2014년 이후 우리가 계속 겪고 있는 이웃국가의 침략을 고려하면 완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 안보를 보장받으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열망을 근거로 행동하고 있다. 나토에 가입하려는 구상이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게 된 것은 바로 러시아가 2014년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을 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침공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논리는 완전히 가짜이고, 범죄 희생자가 범죄자가 공격을 하도록 “도발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푸틴의 진짜 의도는 우크라이나 국가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르고 있는 테러 행위와 제노사이드(인종 말살)를 보길 바란다. ‘러시아어를 쓰는 우크라인들을 보호한다’거나 ‘형제 국가’라는 주장의 허울은 무너져버렸다. 러시아인들은 그들이 점령할 수 있는 곳에서 그들의 정부를 세우려고 하고 있다. 푸틴은 정치적으로 이미 우크라이나를 영원히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우크라이나를 우리 안에 가둬놓는 유일한 방법은 군사적 침공밖에 없었다. 자유롭고 민주적이고 번영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이 푸틴의 금권재벌 전제주의 정권에 대한 외부의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푸틴은 유로마이단 시위나 우크라이나 군의 일부가 나치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나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 주장은 러시아가 정당화될 수 없는 전쟁의 핑계로 내세운 다른 주장들처럼 터무니없다. 유로마이단 시위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부패하고 범죄를 저지른 정부에 맞서, 유럽의 일원이 되어 민주적 발전을 하려는 시민들의 선택을 빼앗아가버린 데 저항한 것이다. 거기에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전혀 없었다. 러시아는 어떤 민족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유산을 발전시키려 하는 것을 성급하게 나치라고 선언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우리는 지난 몇년 동안 러시아 텔레비전 채널들이 러시아인들을 향해 증오에 대한 숭배를 퍼뜨리고 노골적인 거짓말에 근거를 둔 괴벨스 식의 선전을 하는 것을 목격해왔다. 러시아의 어린이와 청소년 군사조직, 젊은 러시아인들이 나치 경례를 하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단번에 완전히 해결한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아왔다. 푸틴의 행위와 정책이 히틀러와 위험할 만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누가 나치인가? 분명 우리는 아니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이 러시아에 유례없이 강력한 금융, 경제 제재를 했다. 이번 제재가 러시아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어서 푸틴이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금융 제재, 전략물자 수출 금지, 러시아 항공기들의 영공 진입 금지를 비롯해 우방과 파트너들이 채택한 결정들에 감사한다. 전례 없는 이런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고립시키고, 침략을 계속하기 위한 러시아의 경제 금융 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 그것은 이미 효과를 내고 있지만, 러시아가 계속해서 저지르고 있는 잔혹행위 때문에 제재가 더 강화되고 확대될 필요가 있다. 세계는 러시아의 원자재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 이것이 크렘린의 전쟁에 계속 자금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석유와 가스 분야를 포함해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무역 금수 조처, 러시아 수송선들의 항구 이용 금지, 푸틴 측근들과 그 가족들의 자금을 찾아내고, 러시아 채널의 위성방송을 중단시키고, 인프라 건설 합작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러시아가 더 일찍 무너질수록, 이 전쟁도 일찍 끝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좀 더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을 해주길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은 확전 우려를 거론하면서 주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군사적 지원을 더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는가?

“그렇다. 우크라이나의 영공을 폐쇄해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폭격을 하는 테러 작전을 멈추게 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전쟁이 유럽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미국·유럽 파트너들의 주장에 주목하면서도,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 대공 방어 수단을 제공해달라고 강하게 설득하고 있다. 우리 노력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마침내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도울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

―푸틴이 큰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이 러시아를 압박해 전쟁을 멈추게 할 것으로 기대하는가?

“1991년 수교 이후 우크라이나는 언제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하고 고수했다. 중국은 언제나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선언해 왔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에 대해 가능한 빨리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에 공감하며, 중국이 세계적 강대국으로 적극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요청한다. 나는 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이 전쟁이 가져올 심각한 결과를 이해하고 예상하고 침략자가 이 전쟁을 끝내고록 영향을 미칠 매커니즘을 찾기를 희망한다.”

서울 용산 우크라이나대사관 입구에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메세지와 꽃 등이 놓여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용산 우크라이나대사관 입구에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메세지와 꽃 등이 놓여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고, 많은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어떤 역할과 지원을 더 하기를 기대하는가?

“우리는 한국 시민들과 정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지지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매일 우리는 연대의 표현과 기부를 받고 있다. 나는 한국인들과 정말 많은 모임과 행사에서 만나고 있다. 일주일 전에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콘서트에도 참석했다.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와의 사업을 중단한 결정도 환영한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국가의 존립을 지켜야 하는 매우 중요한 순간에 서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 국방부로부터 의약품을 비롯한 비전투용 인도주의 물품을 지원 받았고, 추가로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리의 주권을 훔쳐가려고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적 전통까지 훔치려 하고 있다. 러시아의 문화적 선전을 막기 위한 연대와 도움으로 러시아의 문화와 스포츠 활동을 보이콧해달라. 지난 24일 우리는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비자 면제 제도를 복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러시아의 잔혹하고 정당화될 수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기에 한국 정부가 그런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애석하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이것을 재고하기를 바란다. 2006년 이후 한국인들은 비자 면제를 받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한국에 오려면 여전히 비자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좀 더 유연하게 우크라이나인들이 비자 없이 한국에 입국할 수 있게 해주고, 러시아에 대한 비자 면제를 막는 국제적인 행동에 동참해 주기를 희망한다.”

―일부 한국인이 의용군으로 참전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인 이외에 각국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간 의용군들이 전투에서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

“우리 대사관은 한국에서 그런 행동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분명 한국 시민들이 우크라이나로 가서 싸우는 것을 권장하지 않으며, 그런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온 자원자들이 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52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침략자들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에 대해 감사한다.”

―러시아 시민들의 반전 여론과 반전 시위가 러시아의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는가?

“안타깝게도 우리가 러시아 대중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일부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 도시들에서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신속하게 진압되었다. 그런 사람들의 숫자가 상황을 평화 쪽으로 바꿀 정도로 많지는 않다. 최근의 조사들을 보면, 러시아인의 71%가 이 전쟁과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대량 학살을 지지하고 있다. 전쟁은 분명 한 사람이 벌이는 쇼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죽이고 있는 것은 러시아 병사들이고, 해로운 선전을 퍼뜨리고 있는 것은 러시아 언론인들이며, 정권의 거짓말과 위선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 관료들이고 전쟁 자금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러시아 기업가들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연설할 가능성이 있는가?

“한국 국회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을 할지와 관련해 아직 최종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우리는 연설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그와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다. 나는 곧 한국 국회의 우크라이나-한국 우호협회와 만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 나라 의회에서 진실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고, 우리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리고자 한다. 러시아의 선전 기구가 매우 강력하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왜곡된 가짜 정보를 확산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러시아가 승리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만일 그들이 성공한다면 우크라이나에서만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북쪽 이웃이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늘리면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북한 정권이 러시아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이 국제적 제재에 동참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가 한국의 강한 입장으로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마도 러시아가 북한을 통해 한국에 위협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주목하고 있다고 들었다.

“70년 전 한국도 소련이 후원한 군대의 침공을 받아 정부가 부산으로 옮겨가고, 영토의 거의 90%가 점령되어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한국인들의 강한 힘과 국제사회의 지지로 국토와 자유를 지킬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우크라이나인들도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민주적 원칙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야 하고, 한국인들이 우리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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