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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크레믈, 우크라와 5차 협상 결과에 제동 “돌파구가 될만한 게 없었다”

등록 2022-03-30 20:13수정 2022-03-31 02:33

크레믈 대변인, “협상 희망적이지 않았다”
전날 ‘진전 있었다’ 입장에서 하루만에 돌변
타협안 푸틴 등 강경파 성에 차지 않은 듯
키이우 주변에서 계속 포격 소리 들려
우크라이나군 “기만전술 가능성” 경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대한 군사작전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29일, 키이우 인근에 러시아 장갑차와 군용차량이 부서진 채 멈춰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대한 군사작전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29일, 키이우 인근에 러시아 장갑차와 군용차량이 부서진 채 멈춰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29일 터키에서 진행된 5차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에 크레믈(러시아 대통령궁)이 “돌파구가 될 만한 게 없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또 협상 직후 북부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주변에서 군사작전을 줄이겠다고 한 러시아의 선언과 달리,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움직임도 관찰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대변인은 30일, 전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5차 협상과 관련해 “거기에서 희망적이라거나 돌파구가 될 만한 것이 있었다고 말하기 힘들다. (최종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삼가려 한다. (왜냐면) 협상은 조용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의 수석 협상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전날 이스탄불에서 세시간 정도 진행된 5차 협상을 마친 뒤 “우크라이나로부터 (러시아의 주요 요구사항인 중립화에 대한) 합의를 위한 제안을 받았다. 이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우리의 답변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도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면서 “두 나라 간 신뢰를 키우기 위해 키이우 등에서 군사활동을 극적으로 줄이겠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러시아의 입장이 하루 만에 크게 바뀐 것으로 봐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관련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협상단과 달리, 푸틴 대통령 등 크레믈 내 강경파들이 부정적 인식을 밝힌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제안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핵심 이유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이뤄진 중립화 문제가 아닌,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수석 협상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협상 뒤 2014년 3월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합병한 크림반도는 “15년에 걸쳐 양국이 교섭을 해 그 지위를 확정하자”, 친러계 무장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은 양국 간 정상회담에서 논의하자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일부이고, 러시아 헌법은 러시아 영토의 운명에 대해 누군가와 논의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말했다. 이미 러시아의 영토가 된 크림반도의 운명을 놓고 우크라이나와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의 요구를 서면으로 작성하고 분명히 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28일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에서 소방관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부서진 5층 건물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사람을 들것으로 옮기고 있다. 루한스크/UPI 연합뉴스
28일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에서 소방관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부서진 5층 건물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사람을 들것으로 옮기고 있다. 루한스크/UPI 연합뉴스

5차 협상 결과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평가 때문인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주변에서 군사작전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뒤에도 주변에선 포격 소리가 이어졌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의 현지 특파원은 “키이우에서 15~25㎞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포격이 이어졌다”며 “러시아가 아직은 키이우 주변에서 군사작전을 실제로 줄이지 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5차 협상 뒤 발표한 화상 연설에서 “협상에서 나오는 신호는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러시아 폭탄의 폭발 소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아직 상황이 좋아지지 않았고 러시아군은 공격을 계속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 병력을 일부 철수했지만, 이는 병력 교대 작업이며 우크라이나군을 속이려는 기만전술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등 서구 지도자들의 입장도 같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행동에 나서는 것을 볼 때까지 어떤 예단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올라프 숄츠 총리 등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 주요국 정상들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길윤형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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