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5일(현지시각)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레의 마지막날에 버킹엄궁 발코니에 가족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런던/AFP 연합뉴스
올해 즉위 70주년을 맞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기념행사 마지막 날에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왕은 첫날 행사 후 보이지 않아 건강에 대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날 등장으로 큰 이상이 없음을 보여줬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인 ‘플래티넘 주빌리’의 마지막 날인 5일(현지시각) 버킹엄궁 발코니에 깜짝 모습을 드러냈다. 여왕은 행사 첫날인 2일 개막 퍼레이드에 참석했으나 불편함을 호소한 뒤 이후 관련 행사들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연스레 올해 96살인 여왕의 건강을 둘러싼 여러 추측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날 아들 찰스 왕세자 부부 등 가족들과 함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왕은 초록색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차림에 지팡이를 짚었다. 버킹엄궁 앞 도로를 가득 채운 관중들은 여왕이 나타나자 영국 국가 ‘하느님, 여왕을 지켜 주소서’를 부르며, 환호했다.
여왕은 이날 밤 버킹엄궁이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의 즉위를 기념하는 영국 내의 모든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겸허한 마음이 들고 감동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나는 직접 모든 행사에 참석할 수 없을지라도, 내 마음은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한다”며 “내 능력을 다해서, 나의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 여러분들을 섬길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여왕의 즉위 기념행사 마지말 날인 이날엔 70년에 걸친 재위 기간 동안 펼쳐진 영국 현대사를 보여주는 참가자 1만명, 길이 3㎞의 장대한 퍼레이드 행사가 벌어졌다. 클리프 리처드 등 원로가수를 비롯해 올해 31살 젊은 가수 에드 시런까지 중간에 공연을 펼치며 팝뮤직 등 영국 대중문화의 위력을 과시했다.
플래티넘 주빌레를 위해서 영국 정부는 6200만파운드(969억4072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날 퍼레이드 행사는 기업들이 후원한 1500만파운드로 치러졌다. 찰스 왕세자는 “이번 행사로 모두 하나가 됐으니 다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해, 이 행사가 브렉시트 등으로 인해 분열된 영국 사회의 단결을 도모한 것임을 드러냈다.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이 있는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이번 행사기간 동안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왕족 역할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해리 왕자 부부는 감사 예배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등 활동을 자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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