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보수당의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이 6일(현지시각) 보리스 존슨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서 존슨에 대한 신임이 이뤄졌다고 발표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파티 게이트’로 인한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 그를 반대하는 광범위한 의사가 확인돼 향후 총리직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6일(현지시각) 보수당 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치러진 존슨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서 신임 211표, 불신임 148표로 ‘신임’이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불신임 투표는 지난 2020~2021년 코로나19로 인해 엄격한 방역규정이 시행되던 중 존슨 총리와 총리실 직원들이 총리관저와 그 주변에서 술 파티를 벌인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인해 이뤄진 것이다. 이 게이트로 인해 존슨 총리는 경찰로부터 방역규정 위반으로 범칙금을 부과 받는 등 도덕성과 권위에 흠결이 생겼고, 줄곧 사임 압력을 받아왔다.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존슨 총리는 “결정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정부를 운영하는 우리가 국민들이 정말로 문제를 삼는 사안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기 총선과 관련해서도 이를 시행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존슨 총리가 이번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으면서 향후 12개월 동안은 다시 불신임 투표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영국 언론들은 예상보다도 훨씬 많은 반대표가 나와 존슨 총리가 큰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고 평가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2018년 불신임 투표에서 존슨 총리보다 훨씬 좋은 득표를 했음에도 6개월 뒤 사임했다.
이번에 불신임 투표가 치러지게 된 것은 ‘파티 게이트’를 조사하던 수 그레이 내각부 제2차관(공직윤리 담당)의 상세 보고서가 지난달 25일 공개되면서였다. 이 보고서엔 총리관저 직원들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파티를 벌이다가 토를 하고 싸움을 벌이는 등 온갖 추태를 벌인 사실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이에 대한 영국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자 보수당 내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는 지난 5일 존슨 총리의 불신임 투표를 요구하는 소속 의원들의 편지를 54통 이상을 받아 불신임 투표가 성사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보수당에서는 평의원들의 15% 이상이 불신임 투표를 요구하면 투표가 성사된다.
존슨 총리가 큰 내상을 입은 채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게 되면서 보수당 내에선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다가오는 경기침체, 치솟는 유가와 식량 가격, 런던 대중교통 파업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 상황에서 영국을 통치할 권위를 상실됐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장관을 맡았던 데이비드 존스 의원은 “존슨은 이 투표에 안도할 것이나, 다음 우선 순위는 당의 통합을 재구축하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가 도전에 직면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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