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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 “마리우폴항 곡물수송 재개 준비”…세계 식량위기 풀릴까

등록 2022-06-09 05:00수정 2022-06-09 08:35

쇼이구 러 국방장관 “푸틴 지시”
점령 중인 2개 항구 운영 밝혀
터키 ‘인도주의 해로’ 중재 나섰지만
우크라 “러, 악용 가능성” 회의적
러시아가 점령한 마리우폴 항구에서 지난달 30일 화물선에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한 마리우폴 항구에서 지난달 30일 화물선에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흑해 봉쇄로 세계적 식량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 마리우폴에서 곡물 수송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터키가 흑해의 인도주의 해상 통로를 개설하기 위한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곡물 수출길이 바로 열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7일 화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인 마리우폴과 베르댠스크항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최고 지도자(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대로, 우리는 이 항구들에서 곡물을 선적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이 언급한 두 항구는 흑해 북부 해역인 아조우해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이다.

다만 이 두 항구가 자리한 아조우해는 수심이 비교적 얕아 곡물 수송을 위한 대형 선박이 접안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대형 곡물운반선은 흑해 서쪽 항구인 오데사를 이용해 왔다. 현재 이 항구는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러시아에 의해 봉쇄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2020~21년 수출 시기에 4150만t의 밀과 옥수수를 전세계에 공급했는데 95%가 오데사항 등 흑해 연안 항구를 통해 수출됐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실어 나르던 흑해 항로가 막히면서 세계적인 식량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등은 러시아가 해상 봉쇄를 통해 곡물 수출을 막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설치한 기뢰 역시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또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당국자들은 그동안 여러차례 봉쇄를 풀기 위한 조건으로 서구가 부과한 경제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6일에는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해상 봉쇄 등으로 세계적 식량 위기가 초래됐다고 비난하자,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일도 있었다. 러시아가 이 문제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다.

흑해를 출발한 선박이 지중해로 빠져나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두 해협을 관리하는 터키는 인도주의 해상 통로가 개설되면 터키가 수송선을 호위해줄 수 있다며 중재에 나서고 있다. 터키 국방부는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과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6일 전화 통화에서 “식량 위기와 관련해 곡물, 해바라기씨 그리고 다른 농작물의 안전한 운송을 위한 조처가 강조됐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8일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터키와 곡물 수출을 위한 해상 통로 문제와 관련해 회담할 예정이다.

7일 우크라이나 팔란카에서 밀을 실은 트럭들이 몰도바 국경지대로 이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해상봉쇄로 우크라이나는 밀 등 곡물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팔란카/EPA 연합뉴스
7일 우크라이나 팔란카에서 밀을 실은 트럭들이 몰도바 국경지대로 이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해상봉쇄로 우크라이나는 밀 등 곡물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팔란카/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터키의 중재 노력에 대해선 감사의 뜻을 밝혔지만, 기뢰 제거를 요구하는 러시아엔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7일 성명을 내어 “러시아가 최근 미콜라이우 곡물 (수출) 터미널에 미사일 공격을 한 것으로 비추어 볼 때 러시아가 이 통로(곡물 수출용 인도주의 해상 통로)를 오데사와 남부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합의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흑해 봉쇄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쌓여 있는 곡물이 현재 2200만~2500만t이고, 가을이면 7500만t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전한 해상 운송을 위해 유엔과 터키 등과 협의하고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장이라며 “우리는 특정 국가들과 특정한 대함 (무기) 시스템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며 “이것이 최선의 (해상 안전) 보장”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가 어렵게 인도주의 해상 통로 개설에 합의한다고 해도 기뢰 제거라는 난관이 남는다. 영국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인용해 흑해 항구 주변 해역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조기원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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