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벨기에의 개구리 다리 요리가 인도네시아와 터키, 알바니아의 개구리 일부 종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야생동물보호단체인 ‘프로 와일드라이프’와 ‘로뱅 드 브와’는 최근 보고서를 내어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들이 해마다 개구리 2억 마리를 식용으로 역외에서 수입해 해당 지역의 야생 개구리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터키에서는 물개구리가 남획 때문에 2032년 멸종될 수 있고 알바니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일부 개구리가 위협받고 있다.
프로 와일드라이프의 공동 창립자 산드라 알테어는 “인도네시아에서, 또 터키와 알바니아에서도 많은 야생의 개구리 종이 차례로 사라지며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며 “유럽시장의 약탈이 계속된다면 야생 개구리 개체수의 심각한 감소를 보게 될 것이고 어쩌면 10년 안에 멸종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로뱅 드 브와’의 회장 샬롯 니타르는 “개구리는 곤충 사냥꾼으로서 생태계에 핵심적 구실을 하기 때문에 개구리가 사라지면 살충제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개구리 거래가 개구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전반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프랑스 등 유럽 일부에선 개구리 다리 요리를 즐기는 이들이 많으며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해마다 유럽 밖에서 개구리 4070t을 수입하고 있다. 벨기에가 70%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로 보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실상 프랑스로 간다고 프로 와일드라이프가 밝혔다. 프랑스가 직접 수입하는 건 16.8%이며, 네덜란드가 6.4%로 뒤를 잇고 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관계자는 양서류 전체의 17%에 해당하는 1200종이 국제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부자나라의 입맛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서 양서류 개체수 감소의 부담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유럽에서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 수입되는 개구리의 74%는 인도네시아에서 오며, 베트남에서 21%, 터키와 알바니아에서 각각 4%, 0.7%가 수입된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프로 와일드라이프와 로뱅 드 보와는 유럽연합 회원국에 개구리 수입을 제한하고 소비자에게 개구리 다리의 원산지를 밝히도록 하는 등 관련 정보 제공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보호해야 할 생물종 지정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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