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디엠지(DMZ) 포럼 2022’ 국제 세션 ‘파괴된 평화와 공동안보의 재건: 유럽의 성공과 실패로부터’에서 앙겔라 케인 비엔나 국제평화연구소 부소장이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과 토론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가입이 눈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이들 나라의 나토 가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엔에서 35년 이상 근무하며 유엔 정무국과 관리국 사무차장, 군축 고위대표 등으로 일한 일한 앙겔라 케인 비엔나 국제평화연구소 부소장 겸 비엔나 군축·비확산센터 선임 연구위원은 1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디엠지(DMZ) 포럼 2022’의 국제 세션 ‘파괴된 평화와 공동안보의 재건: 유럽의 성공과 실패로부터’에 참석해 “스웨덴과 핀란드가 중립성을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하기로 한 것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케인 부소장은 그동안 유럽에는 스웨덴, 핀란드를 비롯해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몰타와 같은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는 국가들의 균형 중재 외교가 유럽 등에서 강대국 충돌 예방에 큰 역할을 해왔다면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성’이 이제는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케인 부소장은 “스위스 정부도 (나토와 가까워질 수 있는 방안을) 다시 검토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주 개탄스러운 상황이다”라며 “유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토라는 군사 동맹으로 일체화(monolith)되는 것보다 (유럽이)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다 최근 나토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스웨덴, 핀란드 외에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몰타는 모두 현재 군사적 중립을 표방하며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좌장을 맡은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도 이날 포럼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문 이사장은 “헬싱키 프로세스에서 보여준 바 있듯 핀란드는 지혜로운 균형 외교로 유럽 평화에 크게 이바지해왔는데 갑작스럽게 나토 회원국이 되기로 했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라며 “러시아의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이제 나토와 러시아·벨라루스 사이의 군사적 대치에 완충 지대는 사라지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같은 다자안보협력 노력 또한 어려워지게 됐다. 이는 유럽 평화에 꼭 긍정적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으로 인해 러시아와 나토 국가들 사이에 중립국이라는 완충 지대를 없어질 뿐 아니라 사실상 나토가 보다 동쪽으로 확장하게 되는 셈이라 러시아와 유럽의 긴장 관계가 보다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세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인 지난 5월18일(현지시각)
스웨덴과 핀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가입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나토 동맹국 30개 나라 가운데 5개 나라(17일 기준 헝가리,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페인,
튀르키예)의 비준만이 남은 상태다.
이날 국제 세션은 세종연구소와 독일 베를린자유대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고양/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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