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본에 있는 한 가정집 가스 미터기. 본/로이터 연합뉴스
급격히 오른 유럽 에너지 요금이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독일 인구의 50.5%가 세입자다. 독일은 유럽연합에서 세입자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크레펠트시에 사는 유학생 김여정(20)씨는 50㎡ 크기 방에 산다. 지난 9월부터 월세가 600유로(약 85만원)에서 700유로(약 99만원)로 약 17% 올랐다. 김씨의 월세에는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모두 포함돼 있는데, 에너지 요금 폭등을 우려한 집주인이 갑자기 월세를 한번에 100유로나 인상했다.
김씨는 “집주인이 (에너지 요금 상승과 관련한) 뉴스 기사를 보여주면서 가스비가 많이 올랐다고 하면서 월세를 올렸다”며 “샤워하거나 설거지할 때 물을 아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난방을 덜 쓰면 연말에 그만큼 월세를 돌려줄 수 있다고 했지만, 추운 겨울에 난방을 얼마나 줄일지 알 수 없다.
독일 뒤스부르크시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서영(30)씨의 기숙사 방. 조씨의 노트북에 지난 10월 학교에서 받은 이메일이 띄워져 있다. 학교 측은 최근 두 차례나 기숙사비 인상 소식을 전해왔다. 이메일에서 학교 측은 최근 에너지 요금이 오른 사실을 언급하며 향후 기숙사비 추가 인상을 막기 위해서 실내 온도를 최대 22℃로 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씨 제공
조씨가 받은 이메일에서 학교 측은 최근 에너지 요금이 오른 사실을 언급하며 향후 기숙사비 추가 인상을 막기 위해서 실내 온도를 최대 22℃로 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씨 제공
대학 기숙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뒤스부르크시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서영(30)씨는 최근 학교에서 이메일을 연달아 두번이나 받았다. 지난 8월 중순 보내온 첫 메일에서 학교는 기숙사비가 10월부터 현재(308유로)보다 18유로 많은 326유로로 오른다고 전해왔다. 지난달 말 두번째 메일에선 ‘내년 1월부터 35유로가 더 오른다’고 통지했다. 넉달여 사이에 기숙사비가 53유로나 오른 것이다.
조씨는 “그나마 학생 기숙사니까 이 정도인 것 같다. 이게 끝이 아니고 나중에 천정부지로 치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불안하다”고 했다.
조씨는 생활 속 인플레이션도 체감하고 있다. “기숙사 근처 빨래방 이용 요금이 전쟁 전에는 1.9유로였는데 여름이 지난 뒤 3유로로 올랐어요. 그게 다시 이번 달엔 3.5유로가 됐더라고요.”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