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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슈테그너 사민당 의원 “독일, 대러시아 의존 ‘후과’ 치르는 중”

등록 2022-12-13 14:02수정 2022-12-20 13:48

이유 있는 유럽 랄프 슈테그너 독일 사민당(SPD) 의원 인터뷰
13일(현지시각) 랄프 슈테그너(63·사회민주당) 독일 연방의회 의원이 독일 베를린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13일(현지시각) 랄프 슈테그너(63·사회민주당) 독일 연방의회 의원이 독일 베를린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랄프 슈테그너(63·사회민주당) 독일 연방의회 의원은 독일 외교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외교위원회 소속으로 2014∼2019년 사민당 연방 부의장 등을 지낸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다. 그는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정’의 대중 정책에 대해 <한겨레>와 8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독일과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도 핵심 인프라 등 “전략적 부문에선 의존을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첨예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오랫동안 ‘균형 외교’를 이어온 독일이 나름대로 내놓은 대중 외교의 해답은 핵심 부분에서만 관계를 축소·재조정한다는 선별적 ‘디커플링’인 셈이다. 1992년 수교 이후 30년 동안 중국과 이웃하며 경제적 번영을 얻어온 한국 입장에서도 귀담아들을 만한 제안이었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전쟁이 독일에 어떤 교훈을 남겼나?

“커다란 도전이었다. 다른 에너지원을 구하려 노력했고 다른 나라와 여러 협정을 맺었다. 석탄 등 다른 에너지원을 다시 가동해 이번 겨울을 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와 같은 필수재를) 특정국에 의존하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일이다. 특히 그 나라가 (러시아처럼)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나라라면 더 그렇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독일과 서방 동맹국도 (이런 의존엔) 후과가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정’ 내에서 11월 초 방중과 중국 국영 기업의 함부르크 항만 투자 등에 대한 이견이 표출됐다.

“일단 숄츠 총리의 방중을 비판할 이유는 전혀 없다. 독일은 다른 나라와 그렇듯 중국과도 많은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도록 한 것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외교는 중요하다. 하지만 의존성에 대해 말하자면, 독일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핵심 인프라 등) ‘전략적’ 부문에선 의존하고 싶지 않다. 러시아를 통해 경험한 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경험했듯 독일과 유럽은 중요 물자를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6년 동안 독일의 가장 큰 교역국이었다. 대중 경제 의존을 줄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중 경제 의존도를 무조건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다. 안보나 경제 발전에 중요한 ‘전략적’ 부문에서 의존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독일이 함부르크 항만의 일부 시설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허용한 것은 아주 작은 투자일 뿐이다. 중요한 기반 자산에 속하지 않는다.”

―최근 연정이 새 ‘대중 전략’을 만들고 있다. 진행 상황이 어떤가?

“협의가 이제 막 시작됐다. 독일 연방의회 외교위원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도 조만간 논의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세계 각국과 외교·경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결코 전략적인 부문의 의존성 때문에 국가 안보가 위험에 처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독일이 대중 의존을 줄이려는 여러 이유 가운데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녹아 있나?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기후보호부가 작성 중인 대중 전략 문서에 2027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들어 있다고 한다.

“(실제 그런 문서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사안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중국은 그런 행위의 결과가 무엇일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유럽연합이 중국을 ‘체제적 경쟁’(systemic rivalry) 상대로 정의하고, 향후 ‘전면적 경쟁’(all-out rivalry) 상대로 명시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독일도 그런 흐름에 따라가나?

“그런 공개적인 표현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13일(현지시각) 랄프 슈테그너(63·사회민주당) 독일 연방의회 의원이 독일 베를린의 사무실에서 &lt;한겨레&gt;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13일(현지시각) 랄프 슈테그너(63·사회민주당) 독일 연방의회 의원이 독일 베를린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계속될까?

“바라건대 이웃 나라를 침공하고 국경을 침범하는 제국주의적 러시아가 성공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정치·경제·외교적으로, 그리고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 이를 외교적으로 도와야 한다. 협상에 나설지는 우크라이나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지만 실제로 그럴지 모르겠다. 다만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든 것을 군사적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미국·프랑스·독일 등 누가 하든 모든 방식의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 그리고 어쩌면 중국이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사실 중국은 현 상황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겪는 끔찍한 결과 외에도 세계 경제와 에너지 등 모든 것에 많은 후과가 뒤따르고 있다.”

―외교적 노력을 강조했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모두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민스크 협정이라는 외교적 해법을 마련했지만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고 해서 우리가 다시 (외교적 해법을) 시도해야 한다는 사실이 바뀌진 않는다. 또한 외교는 항상 닫힌 문 안쪽에서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고 그래야만 한다. 러시아도 자기들 이해관계가 달려있다. 다른 나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외교적 해법이 통하도록 돕는 것이다. 튀르키예 대통령과 유엔 사무총장이 두 나라 간 곡물 협정을 이뤄낸 것이 한 예다. 튀르키예 대통령이 진짜 평화를 추구했겠나. 누군가는 그가 (협정 중개를 통해) 뭔가 보상을 받을 것이란 걸 안다.”

―영토가 걸린 문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은 곡물협정과는 다르지 않나.

“역사적으로 모든 평화 협정은 닫힌 문 안에서 하기 어려웠고, 양쪽 모두 원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어떻게 될 지 지켜보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어려운 문제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전쟁을 통해 서구 민주주의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우리는 정말 위기에 처해있고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다. 에너지 위기를 비롯해 다른 많은 문제들이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의 임무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선전에 우리 시민들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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