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연방 국회 앞에 경찰 차량이 세워져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최근 독일에서 정부 전복을 계획했다가 체포된 극우주의 집단의 계획을 최소 100명 이상이 알고 있었으며, 이들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행동 자금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각) <데페아>(DPA) 통신을 비롯한 독일 언론들은 검찰 수사 결과 “세 자릿수”에 달하는 이들이 ‘제국의 시민’(Reichsbürger)이라는 우익 극단주의 단체의 연방 전부 전복 계획을 알고 있었으며 비밀유지 서약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독일 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가 전복을 모의한 이들은 독일 전역에서 이른바 ‘영토 방위부대’ 286개를 설치해 국가 의회 의사당에 침투, 현직 의원들을 체포한 뒤 새로운 정권을 세우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7일 독일 수사 당국은 독일 전역 130여곳에 경찰 3000여명을 투입한 대규모 체포 작전을 벌였다. 독일 외에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도 체포 작전이 벌어졌고, 독일 연방 의회에 대한 무장 공격을 포함한 정부 전복 계획을 세운 극우 반정부주의자 25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이들 가운데는 과거 베를린시 판사로 재직한 적이 있으며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전 국회의원, 전·현직 군인 및 경찰, 자신은 귀족 가문 출신으로 ‘하인리히 13세 왕자’라고 주장하는 남성과 그를 도운 러시아인 배우자 등도 포함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이들 상당수가 독일 중산층에 속한다고 전했다. 수사 당국은 체포된 이들을 포함해 약 90명에 달하는 이들이 국가 전복 계획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당국은 수색 과정에서 40만유로가 넘는 현금 및 금·은화, 600만유로(82억원)어치 금괴가 든 금고도 발견했다. 권총, 칼, 석궁 등 무기도 90점 이상 찾았다. 다만 이들이 실제 군사 행동을 할 정도로 준비됐던 것은 아니라고 전해진다.
독일 연방 정부와 의회는 극단주의자들 체포 이후 이번 주 내내 특별 회의, 비공개회의 등을 열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독일 연방 정부는 극단주의자들을 공직에서 쉽게 해임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낸시 패저 독일 내무장관은 14일 독일 총기법을 강화하고 공직에서 극단주의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독일 국방부는 13일 독일 헌법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거부한 군 관계자를 군에서 쫓아낼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군 관계자나 공무원을 해임하려면 절차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법적 절차 없이 행정적으로 해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