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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단독] 독 국방차관 “평화엔 외교·군사 함께 필요…우크라 지속 지원”

등록 2023-02-22 05:00수정 2023-02-22 13:32

우크라이나 전쟁 1년, 유럽을 뒤바꾸다
인터뷰ㅣ짐톄 묄러 독일 국방차관
짐톄 묄러 독일 국방부 정무차관이 16일(현지시각)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열린 59회 뮌헨안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MSC/Kuhlmann
짐톄 묄러 독일 국방부 정무차관이 16일(현지시각)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열린 59회 뮌헨안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MSC/Kuhlmann

앙겔라 메르켈 정부(2005∼2021) 시절 독일은 러시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뒤 독일은 “시대 전환”을 선언했다. 이후 지난 1년 동안 독일에선 1990년 통일 뒤 처음으로 큰 변화와 기념비적 사건들이 이어졌다. 짐톄 묄러 독일 국방부 정무차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한돌을 앞둔 20일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런 독일의 변화에 대해 “새로운 세계에서 평화는 군사력과 외교를 함께 사용할 때 유지된다”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지속적이고 흔들림이 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쟁 뒤 “시대 전환”을 선언했다. 이전과 달리 ‘힘’으로 상대를 억제하겠다는 것 같다.

“러시아는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규칙에 기반한 질서’에 맞서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새로운 세계’에서 평화는 우리가 단결하고, 침략을 용납하지 않고, 군사력과 외교를 함께 사용할 때만 유지될 수 있다. 외교와 군사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행동에서 볼 수 있듯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독일은 전후 70여년간 ‘분쟁 지역에 무기를 보내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유지해왔다.

“이는 확전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러시아가 우리(독일)와 직접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부차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에서) 볼 수 있듯 러시아군이 전쟁 범죄를 군사 전술로 사용하고,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사실이다. 독일이 용납할 수 없는 반인도적 행위다. 우리가 군사 장비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광범위하게 지원하는 이유다.”

―독일은 나토의 기준에 맞춰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올리기로 했다.

“공공재와 사회복지에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예산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평화로운 시절이 있었다. 이는 군에 대한 투자·혁신을 희생하는 대가로 이뤄졌다. 개전 이후 독일은 연방군을 위해 1천억유로(약 138조2400억원) 크기의 특별방위기금을 만들었다. 하지만 영구적인 예산 증액이 뒤따르지 않으면 우리 군 역량을 지속 가능하게 강화할 수 없다.”

―독일 안보에 러시아는 어떤 의미였고, 현재 어떻게 변했나.

“소련이 해체된 뒤에도 러시아는 너무 크고 강력했다. 유럽은 러시아를 환영하고, 러시아에 다른 국가와 통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안보 구조를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주권국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러시아는 스스로 유럽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런 암시적 위협도 국제법 위반이다. 강력히 반대한다. 이런 ‘불장난’은 특히 다른 이들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유럽에서 더 큰 전쟁이 날 가능성이 있을까?

“냉전 이후 유럽의 평화 구조는 모든 형태의 전쟁을 막기 위해 설계됐다. 하지만 러시아가 그 평화를 깨뜨렸다. 우리는 전쟁이 이웃 국가들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입장은?

“독일 정부는 2008년 4월 부쿠레슈티에서 내려진 나토의 결정을 지지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우리의 모든 관심·노력은 우크라이나가 주권·영토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독일은 지난달 말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 다음으로) 큰 공여국이다. 이런 결정은 항상 유럽연합·나토와 긴밀히 협의해 이뤄진다. 우리가 더 많이 협력할수록, 우리의 지원이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오파르트 전차를 보내는 건 어떤 의미인가?

“레오파르트 주력 전차는 마르더, 자주곡사포 ‘판저하우비츠 2000’을 잘 보완한다. 다른 동맹국의 장비와 함께 사용하면 전장에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쟁의 흐름을 바꿀 단 하나의 무기는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모든 방면에서 지속적이고 흔들림이 없는’ 지원이다. 한국도 자기 안보의 성패가 달린 게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할 건가?

“우리 군은 우크라이나가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물자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올바른 결정이지만 한계도 있다. 전투기에 대해서는 숄츠 총리가 우리가 전투기를 ‘포기’(지원)할 경우 나토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며, 우리는 우리 국민과 동맹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쟁은 어떻게 끝날까?

“주권국인 우크라이나가 선택한 조건으로 끝나야만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안다. 독일 정부와 시민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연대를 거듭 강조하며 필요한 한 최대한으로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법치가 정글의 법칙에 ‘굴복’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 그 밖에 다른 합리적 대안은 없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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