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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 우크라 의료시설 707번 공격…병원 10% 파괴됐다

등록 2023-02-22 11:39수정 2023-02-23 02:48

의료진 200여명 부상·살해·납치
러시아군이 2022년 3월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해 중상을 입은 임신부를 응급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가 옮기고 있다. 이 임신부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러시아군이 2022년 3월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해 중상을 입은 임신부를 응급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가 옮기고 있다. 이 임신부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지난해 4월19일 오후, 러시아군의 미사일 한 발이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주의 도시 바슈탕카의 유일한 병원에 날아들었다. 당시 몇몇 환자는 시술 중이었고, 분만실에 입원한 임산부도 있었다. 다행히 다친 이는 없었지만, 외래환자 병동과 몇몇 주요 장비 등이 여기저기 부서졌다.

다음날 병원은 여기저기 무너져내린 벽돌을 치우고 의료 장비를 정비한 뒤 다시 문을 열었다. 병원 관계자는 21일(현지시각) 보도된 미국 <시엔엔>(CNN)과 인터뷰에서 “이 지역에선 여기 말고 병원이 없다”면서 “미사일 공격 직후 환자 한 분이 다가와 ‘다음 진료는 어떡하느냐’고 묻는 걸 듣자 아픈 사람이 있는 한 병원은 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엔엔>은 우크라이나에서 이 같은 상황에 놓인 병원이 바슈탕카 병원만이 아니라고 짚었다. ‘인권을 위한 의사’(PHR)와 우크라이나의료센터(UHC) 등 5개 단체가 조사해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병원 10곳에 한 곳이 파괴됐다. 전쟁 중에도 국제인권법에 따라 보호받게 되어 있는 의료진도 거의 200명이 살해되거나, 다치거나, 납치됐다.

러시아군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의료시설을 공격한 건 707차례로 기록됐다. 여기엔 지상에서 발사한 포탄·미사일 뿐 아니라 병원 시설에 대한 약탈, 환자의 의료시설 접근 방해 등도 포함된다. ‘인권을 위한 의사’의 크리스티안 디 보스는 “이번 조사결과는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에서 전쟁 중 저지르는 고의적인 폭력에 대한 단죄를 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 러시아는 ‘군사적 가치’가 있는 목표만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산부인과와 어린이 병원을 공격했다는 국제 사회의 비난에 ‘병원에 군사진지가 구축되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폭격 뒤 찍힌 병원 영상에도 환자와 의료진만 있을 뿐 군사 시설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선에서 가까운 우크라이나의 아브디프카 주민들이 8일(현지시각) 거리에 나와 땔감을 줍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전선에서 가까운 우크라이나의 아브디프카 주민들이 8일(현지시각) 거리에 나와 땔감을 줍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째에 접어들며, 민간인들의 의료시설 이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인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참담한 현실은 주요 싸움터가 된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더욱 극심하다. 개전 초 격전이 치러진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경우 의료시설의 80%가 파괴됐다. 현재 이 도시엔 민간인 10만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이 치료가 꼭 필요한 노년층 등 취약계층이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도 정도는 덜하지만 충분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쉽지 않다. 의료진들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 등이 이어지면서 진료에 지장을 받는다. 그 결과 규칙적인 투약이나 건강 체크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시 국제적인 인도 규정을 정한 ‘제네바 협약’은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는 무차별 공격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명백히 확인되는 의료진을 겨냥한 고의적인 공격은 엄격히 금지한다. 우크라이나의료센터의 파블로 코프코니우크는 “러시아가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때 같은 전술을 썼지만 아무도 책임을 묻는 이가 없었다”며 “그래서 우크라이나에서도 같은 전술을 쓰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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