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정부 비판’ 리네커, 사흘 만에 방송 복귀…BBC 사장 “사과한다”

BBC ‘정치적 중립’ 위배 논란…“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재점검”

<비비시>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자 게리 리네커가 13일(현지시각) 런던 집 주변을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의 공영방송 <비비시>(BBC)가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자 게리 리네커의 정부정책 비판 발언을 문제삼아 내렸던 출연 정지 결정을 사흘 만에 철회했다.

<비비시>는 13일(현지시각) 리네커가 축구 프로그램인 ‘매치 오브 더 데이’의 진행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비시> 사장 팀 데이비는 “리네커는 비비시의 소중한 부분이고 비비시가 리네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안다”며 “이번 주말 그가 우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보도했다. 리네커는 소셜미디어에 “초현실 같은 며칠 뒤 여기에 이르게 되어 기쁘다”며 그동안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리네커는 소셜미디어에 영국 정부의 최근 난민정책에 대해 “1930년대 독일이 쓴 것과 다르지 않은 언어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겨냥한 측량할 수 없는 잔혹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비판은 얼마 전 영국 정부가 영불해협을 건너 불법적으로 영국에 들어온 난민 신청자를 모두 본국이나 제3국으로 보내겠다고 밝힌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의 발언에 대해 몇몇 보수당 의원과 보수 언론에서 반발하고 나서며 논란이 커졌다. 이에 팀 데이비 사장은 그의 발언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출연정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비비시>에 함께 출연해온 동료 진행자들과 해설자들이 리네커와의 연대를 선언하며 <비비시> 출연 중단을 선언했다. 이들은 정치 등 현안 뉴스를 다루는 언론인에게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만, 스포츠나 연예 등을 다루는 정식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에게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며칠 동안 리네커가 맡은 프로그램뿐 아니라 다른 몇몇 프로그램도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웠다.

데이비 사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특히 리네커 같은 프리랜서에 초점을 맞춘 소셜미디어 이용 가이드라인을 재점검하고 가다듬을 독립 위원회를 가동하겠다며 “방송사 직원과 프리랜서, 진행자, 특히 우리 시청자에게 어려운 시기였다. 이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영국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리네커는 영국 프로축구 경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게임’을 진행하며 <비비시>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진행자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약 160만 달러(20억8000만원)를 벌었다. 그는 1980년대 영국 국가대표 스트라이커로 국제경기에 80차례 뛰며 48골을 넣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