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현지시각) 독일군 203 전차 대대에서 한 병사가 레오파르트 2 전차에서 기관총을 발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지난해 독일연방군에 1000억유로(약 14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독일 ‘신호등’ 연정 내부에서조차 “독일 군 수준을 높이는데 50년이 걸릴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바 회겔 독일 연방의회 군사위원회 위원장(사회민주당)은 14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독일연방군 현황에 대한 2022년도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며 군에 대한 투자가 현재처럼 느리게 진행된다면 독일 군의 수준을 높이는 데에 5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곧바로 독일 정부는 “시대전환”을 선언하고 1000억유로 규모의 특별방위기금을 군에 투입하는 등 군비 증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독일 연방군을 현대화해 방어 능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날 회겔 위원장은 지난해 이러한 특별방위기금 1000억유로가 “불행히도 단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라며 “현재의 속도와 기존 프레임워크 조건을 유지하면 현재 독일연방군의 기반시설만 완전히 개조하는 데에 약 반세기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이 지난해 특별방위기금 조성을 결정한 뒤 F-35 전투기와 유로파이터 등을 들여오고 공중, 지상, 해상 영역에 각각 수백억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한 상황이지만, 지난해에는 기금 사용분이 전혀 없을 정도로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다.
이날 연례 보고서 발표에서 회겔 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독일이 키이우에 전폭적인 군사 지원을 한 것은 “분별력 있고 정확한” 결정이었다면서도 이로 인해 생긴 무기 등 군사 장비 분야 공백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독일군의 작전 준비 태세를 영구적으로 손상시키기 않기 위해 장비를 신속하게 교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회겔 위원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1000억유로 규모로 조성된 특별방위기금을 3000억유로로 세 배 늘려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현재 기금 규모로는 군을 개선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탄약을 빠르게 소비하고 이에 따라 서방의 탄약 재고가 소진되는 상황에서 독일이 이를 보충하려면 수십억유로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회겔 위원장은 밝혔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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