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보유한 미그-29 전투기. AP 연합뉴스
서방 국가들에 거듭 전투기 제공을 요청해온 우크라이나에게 폴란드가 이르면 한 달 뒤 미그-29 전투기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신청을 해놓고 있는 핀란드는 미 해군이 현재 주력 함재기로 사용하는 기종인 F-18을 제공하는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4일 수도 바르샤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미그-29기를 언제 제공할지에 관한 질문에 “향후 4∼6주 이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폴란드 <피에이피>(PAP)통신 등이 전했다. 미그-29는 1980년대 초 옛 소련이 생산하기 시작한 전투기로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에서 많이 사용해 왔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도 미그-29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폴란드에서 이 전투기를 지원받으면 조종사들이 추가 훈련을 받지 않고도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8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미국 <시엔엔>(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폴란드는 국제 공조의 일부분으로 우크라이나에 미그-29전투기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그-29기 일부가 폴란드에 남아있고 현재 폴란드 공군에서 쓰이고 있다. 우리는 이 비행기들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고 우크라이나는 즉시 사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 미그-29 전투기의 대수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1989년부터 미그-29를 운용해와 현재 28대가 남아있다. 폴란드는 낡은 미그기를 퇴역 시키고 미국산 F-16, 한국산 초음속 경공격기인 FA-50, 스텔스 능력을 가진 미국의 최신 전투기인 F-35를 도입할 예정이다. 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초 미국을 통해 미그-29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미국이 난색을 보여 실현되지는 않았다.
또다른 동유럽 국가인 슬로바키아도 자신들이 가진 미그-29 11대 중 10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최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슬로바키아는 부품 부족과 러시아 기술자들 철수로 인한 유지 보수 어려움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미그-29를 운용하지 않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지난해 가을 이후 전선이 교착되고 격전지인 동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그동안 망설여왔던 주력 전차인 챌린저2(영국)·레오파르트2(독일)·에이브럼스2(미국)의 지원을 결단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는 요구 수준을 높여 미국 F-16, 프랑스 라팔, 스웨덴의 그리펜 같은 서방 전투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과 독일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핀란드는 F-18 제공 논의를 해볼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F-18은 1980년대 초부터 생산돼 지금도 미 해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함재기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새 전투기인 F-35가 오고 있다. 그러면 이 낡은 호넷(F-18)이 퇴역하고 장래 사용 용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신예 전투기인 F-35가 도입돼 F-18을 쓸 일이 없어지면 우크라이나에 F-18을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핀란드가 F-35를 도입하는 것은 2025년이기 때문에, 당장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핀란드 내부적으로도 마린 총리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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