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스위스 은행의 본사 건물에 이 회사의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취리히/AFP 연합뉴스
스위스 최대 은행인 유비에스(UBS)가 19일 미국발 은행 위기 충격의 직격탄을 맞은 자국 내 경쟁 은행 크레디스위스(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유비에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크레디스위스를 30억스위스프랑(약 4조2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비에스는 이 자료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이번 거래는 스위스에 자리한 세계적인 부의 선도적인 관리 기관으로서 유비에스의 위치를 더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 1000억달러에 달하던 크레디스위스의 시가 총액은 최근 80억달러 수준까지 줄었다. 유비에스의 시가 총액은 그보다 7.5배 정도 많은 600억달러 규모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은 유비에스와 크레디스위스에 최대 1000억스위스프랑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다. 또 스위스 정부는 유비에스에 이번 거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 90억스위스프랑에 달하는 정부 보증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이번 거래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통상적인 기업매수 때 필요한 주주투표를 생략하도록 허용했다. 스위스 법률에 따르면 6주의 시간을 두고 주주들과 인수·합병 문제를 협의해야 하는데, 이를 생략하는 것이다. 알렝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비에스의 이번 매수는 스위스의 금융센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매수 작업은 올해 말까지 마칠 예정이다.
스위스 국립은행은 지난주 크레디스위스의 주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지역 은행 연쇄 폐쇄 여파로 폭락하자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6천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발표했지만, 그 이후에도 이 은행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하루에 최대 100억달러씩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스위스 금융 당국은 유비에스에 크레디스위스 인수를 제안했고, 두 은행은 주말 내내 인수 협상을 진행해왔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와 영국의 중앙은행은 두 은행의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유비에스의 크레디스위스 인수 지지 의사를 스위스 금융 당국에 전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전했다.
유비에스는 크레디스위스를 인수에 따라 최대 1만1천명의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위스 은행 직원 협회는 정부에 크레디스위스 고용 문제를 다룰 긴급 대응팀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비에스와 함께 스위스 은행업계를 대표하던 크레디스위스 은행은 지난해 불법 자금 세탁 혐의에 휘말리고 고객 정보가 대규모로 언론에 유출되자 주요 고객들이 빠져나가는 등 신뢰 위기를 겪었다. 올해 들어 경영이 안정되는 듯 했으나 지난 10일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 폐쇄 등 미국발 은행 위기가 터지면서, 이 은행의 부실이 새롭게 부각됐다. 특히, 지난 13일 이 은행이 연차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재무보고 절차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다고 발표하고 이어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이 추가 자금 투입 의사가 없다고 밝히자, 지난 15일 주가가 25%나 폭락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