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22일 모스크바 방문으로 전략적 협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중-러 관계를 상징하는 것은 ‘경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저녁 시 주석과 한 비공식 회담에서 “지난 10년간 우리의 무역은 870억달러(약 113조7500억원)에서 1850억달러(약 242조원)로 두배 넘게 늘었다”며 “우리는 수많은 목표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1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양국 간 무역은 1903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30여%나 늘었다. 특히 서구에서 판로를 잃은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가 중국으로 흘러들며 중국의 대러 수입은 43%나 늘었다. 수출도 13% 늘었다.
1960년대 말 국경 분쟁으로 인해 살벌하게 갈등해온 중-러는 냉전 이후 조금씩 관계를 강화해왔다. 1996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선언한 뒤 2001년엔 중-러 선린우호협력조약에 서명했다. 2004년엔 국경 문제를 완전히 해소했고, 2019년 관계를 ‘신시대의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했다. 20년 기한이던 선린우호협력조약은 2021년 연장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러 관계는 더 밀착됐다. 미국 등이 개전 직후인 지난해 3월 국제 금융거래를 중개하는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시스템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국외 자산(약 3천억달러)을 동결하자 러시아에서 중국 위안화의 중요성이 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28일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 수출 대금 가운데 위안화 결제 비중이 지난해 초 0.4%에서 지난해 9월에는 14%까지 늘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에 과반을 차지했던 달러는 30%대로 줄었다. 러시아 주요 기업들은 이미 위안화 표기 채권을 발행 중이다. 러시아 중앙은행 통계를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 전 위안-루블의 거래 비율은 0%였지만 지난해 11월 현재 25%까지 늘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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