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민들이 23일 런던의 영국 중앙은행 앞을 지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냐 멈출 것이냐란 ‘갈림길’에 섰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0.25%포인트 인상을 택하자 영국 중앙은행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크레디스위스 매각 사태를 겪은 뒤에도 ‘물가 억제’에 한층 더 무게를 두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통화정책위원회(MPC)는 23일 성명을 내어 “2%의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을 돕기 위해 9명의 위원 가운데 7명의 찬성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서 영국의 기준금리는 기존의 4%에서 4.25%로 올랐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잉글랜드은행은 2021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한달도 거르지 않고 거듭 금리를 올려왔다.
잉글랜드은행은 성명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과 뒤이은 크레디스위스의 매각 등 국제 금융 시장에 크고 불안정한 움직임이 있었다”면서도 “가장 최근에 나온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 못하게 크게 올랐다”며 이날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22일 공개된 영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4%나 올랐다. 1월 상승 폭(10.1%)이나 전문가 예측치(9.9%) 모두를 웃돈 것이어서, 수치가 공개된 뒤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시장 공감대가 형성됐다. <비비시>(BBC) 방송은 이주 초만 해도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기대가 많았는데,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스위스는 좀 더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은 같은 날 최근 벌어진 크레디스위스 사태에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2회 연속으로 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올랐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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