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법원, 우크라 전쟁 비판 반체제 인사에 25년형 선고

모스크바시 법원 카라-무르자에게 중형 선고
미 국무부 “전쟁 반대해 유죄 선고 받았다” 비난

러시아 반체제 인사인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가 17일 모스크바시 법원에서 25년형을 선고 받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해 온 반체제 인사에게 징역 25년형의 중형이 선고됐다.

영국 <비비시>(BBC) 등 주요 외신은 17일(현지시각) 모스크바시 법원이 이날 반체제 인사이자 언론인인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에게 국가반역죄 등을 인정해 25년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검찰은 앞선 6일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해 국가에 대란 반역을 저질렀고 군의 신용을 실추시켰다며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 반체제 인사에게 내려진 가장 ‘혹독한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카라-무르자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석유 재벌 미하일 호도르콥스키가 만든 정치단체인 ‘열린 러시아’의 간부로 활동했다. 2015년과 2017년 독극물에 중독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뒤 해외에 머물러 왔다.

지난해 2월 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자 반전 운동을 위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이후 지난해 4월 경찰관에게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모스크바 자택에서 체포됐다. 러시아 검찰은 그가 해외에 머물던 때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며 반역죄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카라-무르자는 지난 10일 열린 최종 심리에서 “나는 정치적 견해 때문에 투옥됐다. 이 일을 후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당국의 재판에 대해 독재자인 스탈린이 1930년대 했던 숙청 재판과 똑같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어 “누구도 자신의 인권을 행사한 것을 이유로 자유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 당국은 그를 지체 없이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도 성명에서 “카라-무르자는 갈수록 탄압의 강도를 높여가는 러시아 정부의 또 다른 표적이 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에서 항의 데모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전쟁 반대 활동으로 당국에 구속된 이가 2만명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카라-무르자는 러시아·영국 이중국적자다. 영국 외교부는 안드레이 켈린 주영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길윤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