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각)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벨뷰 대통령 궁에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에게 대십자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아에프페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독일의 최고 영예로 여겨지는 대십자 공로 훈장을 받았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대통령궁에서 지난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약 16년 동안 독일을 이끌었던 메르켈 전 총리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하게 제작된 대십자훈장을 수여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메르켈 전 총리를 향해 “16년 동안 야망과 지혜, 열정으로 독일을 위해 봉사했다”라며 “긴 세월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 조국과 국민의 안녕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때로는 체력의 한계까지 일했다”라고 했다.
대십자훈장을 받은 전직 총리는 서독 초대 총리인 콘라드 아데나워, 동서독 통일을 이끈 헬무트 콜 전 총리에 이어 메르켈 전 총리가 세 번째다.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글로벌 금융 위기, 유로존 부채 위기, 코로나19 등 일련의 위기를 극복하고 유럽 최대 경제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짚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15년 난민 입국을 대대적으로 허용하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탈원전으로 정책 노선을 변경하는 등의 업적을 세웠다는 평가도 받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이날 메르켈 전 총리의 여러 성과를 언급했지만, 독일 국내 언론들은 대통령이 메르켈 전 총리의 ‘과오’에 대해서는 침묵했다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제대로 했다’는 메르켈 전 총리의 거슬리는 주장을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고상하게 만들었다”며 “그는 이미 훈장을 받았지만 그가 관여한 정책은 훈장을 받을 자격이 없다”라고 날 선 비판을 내놨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뒤 독일은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를 마주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크게 줄어들며 애초 지난해 말까지 완성하려던 탈원전 계획 역시 넉 달 반을 미뤄야 했다. 독일 내부에서는 이러한 위기가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인 메르켈 총리의 정책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재임 기간 적극적인 대러 협력 정책을 편 바 있다. 메르켈 총리는 대러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지적에 ‘독일의 대러 정책 방향은 그러한 결정을 내렸던 당시에는 모두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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