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부 장관이 독일 연방 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독일 외교부 장관이 중국 방문 경험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며, 중국이 무역 파트너를 넘어 점점 더 “체제 경쟁자”가 되고 있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각) 연방 하원에서 지난 주 자신의 중국 방문에 대해 언급하며 “중국이 내부적으로는 더 억압적이 됐고, 대외적으로는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베어보크 장관은 그동안 독일이 중국을 무역 파트너인 동시에 경쟁자로 여겼지만 “이제 체제 경쟁자의 성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라고 했다. 지난 2021년 말 출범한 독일 ‘신호등’ 연정(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은 연정 합의문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동반자, 경쟁자, 체제 경쟁자” 등 다차원적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날 의회에서 베어보크 장관은 오랜 기간 독일의 대러시아 정책이었던 ‘무역을 통한 변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독일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시대 전환’을 선언하며 사실상 이 정책을 폐기했다. 그런데 중국에 대해 말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여겨지는 대러 정책을 언급한 것은 독일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하더라도 경계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어보크 장관은 독일, 중국 간 협력이 지속돼야 하고 독일이 중국을 외면할 수 없지만 “순진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 이어 두 나라 관계는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의 위험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어보크 장관은 지난 13∼15일 중국을 방문해 친강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과의 외교안보 전략대화를 한 뒤 독일, 중국 간 관계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망 단절에 찬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을 향한 비판적인 발언으로 친강 외교부장과 신경전을 벌였다. 그는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2049년까지 세계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가 하면, 대만 문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폭력적인 현상 변경은 유럽인에게 용납될 수 없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인권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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