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의 새 대표 안드레아스 바블러(50)가 5일(현지시각) 빈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회민주당 선관위는 애초 한스 페터 도스코칠 후보를 당선자로 발표했다가 이틀 만에 “표집계가 잘못됐다”며 당선자를 바블로 새 대표로 바꿔 선언했다. AFP 연합뉴스
오스트리아의 주요 정당에서 선거개표 집계 잘못으로 엉뚱한 후보를 당선자로 발표했다가 이틀 만에 번복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의 선관위원장 미하엘라 그루베사는 5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토요일 당대표 선거에서 안드레아스 바블러 후보가 317표를 얻어, 280표 득표에 그친 한스 페터 도스코칠 후보를 제치고 당대표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발표는 3일 도스코칠 후보의 당선을 선언했던 발표를 뒤집은 것이다.
그루베사 위원장은 이에 대해 “불행하게도 투표용지를 개표한 것과 디지털로 발표된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다”며 ”동료가 엑셀로 집계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해 결과가 뒤죽박죽됐다”고 말했다. 그루베사 위원장은 애초 3일 개표 결과를 발표했으나 나중에 한 표가 누락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검표를 지시했다. 이틀 만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도스코칠은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결과 번복을 받아들이고 새로 당대표가 된 바블러에게 당선을 축하했다.
사회민주당은 제 2차세계대전 이후 여러 차례 집권한 진보계열의 주요 정당이다. 이런 정당에서 개표 집계 잘못으로 당대표 당선자를 번복하는 촌극이 벌어지자 현지에선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지 신문 <클라이네 차이퉁>의 부편집장 미하엘 융비르트는 트위터에 “바나나 공화국”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바나나 공화국이란 주로 질서도 잡히지 않은 저개발국을 낮춰 이르는 말이다.
바블러(50) 새 대표는 이주민 문제 등에서 비교적 좌파 진영의 입장에 충실한 인사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이주민 접수센터가 있는 트라이스키르헨의 시장을 맡고 있다. 그는 새 당 대표로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회민주당은 지난 2019년 총선에서 21.2%를 얻어, 현재 연정을 주도하는 보수진영의 ‘오스트리아 국민당’에 밀렸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여론조사에서 현재 극우계열의 자유당에 뒤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자유당은 이민자 문제 강경한 입장을 주도하며 관심을 모았고, 최근엔 물가상승 등 경제 실정에 대한 국민 불만에 힘입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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