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 하루 만인 지난 6월24일(현지시각)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무장 반란을 일으킨 뒤 벨라루스로 이동한 러시아 용병 바그너(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당분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19일(현지시각) 바그너 그룹과 연동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로 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우리는 품위 있게 싸웠다. 러시아를 위해 많은 일을 해냈다. 오늘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가 참여해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다만, “우리는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들 때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앞으로 자신과 바그너 그룹의 계획에 대해선 “우리 자신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그래서 벨라루스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는 벨라루스 군대를 세계에서 두번째로 강한 군대로 만들 것이다. 우리는 훈련하고 우리의 수준을 높이며 아프리카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벨라루스 국방부는 14일 바그너 그룹이 수도 민스크에서 약 105㎞ 떨어진 아시포비치 인근 영토방위군 기지에서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2014년 창설된 바그너 그룹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고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에서 정부군을 지원하는 등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활동을 해왔다. 프리고진은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직접 처리하기 힘든 일을 해결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더러운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영상은 프리고진이 지난달 23일 무장 반란 이후 벨라루스로 이동한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머물고 있는 야전 캠프에서 한 연설을 담은 것이다. 그가 반란 이후 자기 심경과 향후 계획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상 속 프리고진의 목소리는 분명하지만, 모습이 다소 흐릿해 영상의 정확한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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