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아바야를 입은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공립 학교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의상의 일종인 ‘아바야’ 착용을 금지한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각) 프랑스 방송에 나와 “학생이 교실에 들어섰을 때 동급생의 외모로 종교를 구별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이렇게 밝혔다. 아바야는 일부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헐렁한 전신 길이 의상이다. 새로운 규정은 다음달 4일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적용된다. 아탈 장관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기 전까지 정부 차원에서 보다 명확한 규정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내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달 동안 프랑스에서는 아바야 착용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학교에서 이런 복장을 한 학생들이 더 많아지는 가운데 정치권은 둘로 갈렸다. 우파 정당은 금지령을 추진하는 한편, 좌파 진영에서는 무슬림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 제약 우려를 제기했다.
아탈 장관은 “세속주의는 학교를 통해 자신을 해방할 자유를 의미한다”라면서 아바야가 “학교가 만들어야 하는 ‘세속적 보호구역’을 시험하려는 목적의 종교적 제스처”라고 주장했다. 반면, 좌파 진영에 있는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녹색당은 정부 결정이 “이슬람 혐오적”, “무슬림에 대한 강박적 거부 증상”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장소나 학교에서 종교적 표현을 금지하려는 프랑스의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는 공교육에서 가톨릭의 영향을 억제하기 위해 19세기부터 학교에서 대형 십자가 등 기독교 상징물을 포함한 종교적 표시를 엄격히 금지했다.
이는 최근 무슬림에 대한 복장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공립학교와 정부 기관에서 종교적 의미를 띤 복장을 엄격하게 금한다. 이미 2004년부터 프랑스 국립 학교에서는 머리 스카프 착용을 하면 안 된다. 2010년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 착용도 금지했는데 이에 500만명에 달하는 프랑스 내 무슬림 공동체가 크게 반발하며 큰 논란이 됐다.
프랑스 정부는 변화하는 인구 구성을 반영해 법을 개정하고 있다. 현재는 무슬림 머리 스카프를 비롯해 유대인 전통의상 모자인 키파가 금지 대상이 포함됐고 이번에 아바야까지 추가됐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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