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의회의 외교위원회가 16일 위원장인 푸아트 아크타이 의원의 주재로 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튀르키예 의회가 16일(현지시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스웨덴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승인안 표결을 연기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의회의 외교위원회는 이날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안을 논의했으나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찬반 표결 일정을 뒤로 미뤘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 소속인 푸아트 아크타이 외교위 위원장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기 위해선 우리 의원들이 충분히 관련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고 표결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위원회에서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이며 다음주 관련 의제가 상정될지도 모른다. 필요하면 스웨덴 대사를 불러 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언제 표결에 부칠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핀란드와 함께 오랜 중립 전통을 깨고 지난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튀르키예는 그동안 “두 나라가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투르드족 운동단체 관련자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승인을 거부하다, 지난 4월 핀란드에 대해서만 협의를 거쳐 나토 가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스웨덴에 대해선 쿠르디스탄 노동자당(PKK) 관련자에 대해 더 단호한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하며 가입 승인을 거부해왔다. 그러자 스웨덴은 테러조직 가입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테러방지법을 제정하고 튀르키예 대한 무기 금수조치도 풀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의 이 조치들이 충분하진 않다면서도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튀르키예 의회의 입장은 더 강경했다. 집권 정의개발당의 알리 사힌 의원은 “나토 확장을 찬성한다. 그렇지만 논란이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 스웨덴은 테러단체의 피난처가 되어 왔다”며 “스웨덴이 지금까지 가치있는 조처를 밟아왔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른 나토 회원국들은 튀르키예와 스웨덴의 협상을 지원해왔다. 특히 핀란드·캐나다·네덜란드 등은 튀르키예에 대한 무기 금수조처를 완화해 나토 가입을 받아들일 명분을 만들어줬다. 튀르키예는 미국이 거부한 F-16 전투기 판매 문제도 이 사안과 연동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선 F-16 판매에 대해 의회와 협의 중이라며 “두 사안은 별개”라고 밝히고 있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회원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현재 스웨덴의 가입을 승인하지 않은 나라는 튀르키예와 헝가리 두 나라뿐이다. 이에 대해 헝가리 주재 미국대사는 16일 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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