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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난민을 무조건 르완다로 쫓아내는 법안, 영국 하원 통과

등록 2023-12-13 16:51수정 2023-12-13 19:31

르완다에 2억4천만 파운드 지급
대법원 판결 무시하고 다시 추진
영국으로 가려는 이주자들이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영국으로 가려는 이주자들이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이주민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밀어내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 논란 끝에 하원 문턱을 넘었다.

영국 정부가 ‘르완다 정책’을 원활히 시행하도록 하기 위해 의회에 제출한 ‘르완다의 안전(망명 및 이민)’ 법안이 12일(현지시각) 하원 투표에서 찬성 313표, 반대 269표로 가결됐다.

르완다 정책은 이주민들이 작은 배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불법 입국’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22년 4월 보리스 존슨 총리 재임 당시 도입됐다. 이 정책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영국에 불법적으로 들어온 이는 모두 르완다에서 망명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난민 지위를 인정받더라도 르완다에 머물러야 한다.

지난해 6월 첫 르완다행 비행기가 뜰 예정이었지만 유럽인권재판소의 명령 때문에 무산됐다. 이에 더해 지난달 영국 대법원은 르완다가 망명 신청자가 머물기 안전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주민이 출신 국가로 송환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이러한 대법원의 반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6일 발표됐다. 이 법안에는 ‘모든 의사결정자가 르완다를 안전한 나라로 여겨야만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이주민을 추방하는 항공편을 유예시켜야 한다는 유럽인권재판소의 긴급 명령을 무시할 수 있고, 법원은 영국 인권법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 법안은 대법원이 판결을 무시하고 르완다를 안전한 나라로 입법으로 규정하고 이민부 공무원, 내무부 장관, 법원 등이 정부의 추방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논쟁적이다. 르완다 정책 자체가 국제적 의무와 인권법을 무시한다는 근본적 문제도 있다. 예컨대 영국 정부는 ‘불법 이주민’을 르완다로 보낸다고 하지만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난민은 불법 입국을 사유로 처벌받아선 안 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난민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의 르완다 정책은 난민 협약에 명시된 강제송환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다.

인권 단체와 전문가들은 영국이 국제법을 따르는 한 이 정책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 정책을 강행 중이다. 리시 수낵 총리도 지난해 총리직에 올랐을 때 이 정책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추방이 이뤄진 적은 없지만 이미 영국은 르완다에 2억4천만 파운드를 지급한 상태다.

이날 법안이 통과됐지만 향후 법안 수정 기회는 남아있다. 집권당 안에서조차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라 향후 난맥상이 예견된다. 당내 중도, 좌파 의원 모임인 원 네이션 그룹에서는 해당 법안이 더 강화되지 않는 한 지지하겠는 입장이지만 당내 우파 세력은 법이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파 의원들은 정부가 이주민이 추방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차단하고 영국이 필요하다면 유럽인권협약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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