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이 20일 도네츠크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매일 우리 전사들에게 변함없는 감사를 전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훈련을 하는 이들에게, 생명을 구하고 치료하고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무기를 제조하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는 반드시 국가와 주권을 지킬 것이다.”
내년이면 햇수로 3년째로 접어드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 다시 한번 승리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대국민 연설을 했다.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전쟁이 점점 장기화되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은 줄어들고 국민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돌파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초 러시아의 남동부 점령지를 둘로 쪼개려는 대대적인 반격 공세를 시작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이어 지난 10월 초 가자 전쟁이 시작되며 국제사회의 관심은 온통 중동에 쏠려 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변화는 차갑게 식은 국제사회의 지원 열기다. 미국 상원의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포함된 예산안에 대해 “상원의 내년 빠른 행동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월20일 의회에 제출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14억달러(약 80조원)가 포함된 총 1059억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 예산의 올해 처리를 포기한다는 선언이었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 했던 500억유로(약 71조원) 규모의 지원 예산도 지난 14일 헝가리의 반대 1표에 가로막혔다. 유럽연합의 예산안 결정은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올 8~10월 사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세계 각국의 신규 지원은 전쟁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격 공세를 이끄는 올렉산드르 타르나우스키 준장은 지난 18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전선”에서 포탄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는 방어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견줘 러시아는 전시 경제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내년 러시아 예산 40%가량이 국방·안보 분야에 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한달에 장거리 미사일 40발 정도를 생산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한달에 100여발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생산 여력을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 국방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군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침공) 목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9일 장소와 시간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병력 50만명 추가 동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그들(군 수뇌부)이 45만~50만명을 추가 동원해 달라고 제안했다. 나는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현재 100만명 정도인데 절반 가까운 인원을 추가하겠다는 이야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추가 동원에 드는 비용도 5천억흐리우냐(약 17조원)에 이른다며 “어디에서 그 돈을 구할 수 있는지 총리와 재무장관에게 답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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