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에게 영적 능력 측정한다며 ‘전기테스트비’ 요구
톰 크루즈는 뭐라고 말할까.
톰 크루즈, 존 트라볼타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신봉하는 종교로 잘 알려진 사이언톨로지교가 프랑스에서 ‘사기’ 혐의를 인정받아 모두 30만유로(약 5억30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하지만 검찰이 요구한 프랑스에서의 종교활동 금지 조처 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랑스 법원은 27일 프랑스 사이언톨로지교의 지도자 알랭 로장베르 등 지도자급 6명에 대한 재판에서 4명에게 10개월~2년의 집행유예형을 내리면서 6명 모두에게 개인 벌금형도 부과했다. 사이언톨로지교는 이전에도 미국·프랑스 등에서 신자 개개인이 소송을 당한 적이 몇차례 있지만, 교단 전체에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사이언톨로지교의 신자였던 두 명의 프랑스인들이 이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들은 1990년대 말 교단이 자신들에게 비타민과 여러 가지 의약품 등을 사거나 전기 테스트를 받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는데, 특히 한 여성은 3만달러 이상을 내야 했다고 밝혔다. 사이언톨로지는 신도들에게 ‘이(E) 미터’라는 전기 테스트를 행하는데, 인체가 전파에 얼마나 저항하는지를 재서 영적인 능력을 측정하며 인체에 있는 외계의 존재를 제거해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법원이 그렇다고 사이언톨로지교 자체를 부정한 건 아니다. 최근 바뀐 프랑스 법에 따라 사기행위 때문에 종교 활동 금지명령 등을 내릴 순 없게 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또 전원에게 집행유예를 내린 데 대해 “교회가 관습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사이언톨로지교 쪽은 이번 판결을 “현대판 종교 탄압”이라고 비판하며 항소 뜻을 비치면서도, 포교활동 등을 계속할 수 있게 된 데에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개개인이 불멸의 ‘영혼’”이라는 교리를 표방하며 과학기술에 의한 정신치료 등을 내세운 사이언톨로지교는 1954년 미국의 에스에프소설가 론 허버드에 의해 창시됐다. 이들은 아직도 프랑스·독일 등 적잖은 국가에서 이단 또는 컬트로 분류되지만, 미국의 경우 1993년 국가에 의해 정식으로 종교단체 인정을 받으며 급속히 세를 넓혀가고 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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