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던 롬 하우번이 24일 벨기에에 있는 병원 서비스센터에서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졸데르/AP 연합뉴스
벨기에 하우번 뇌 정상작동 확인…식물인간 기준에 파장 미칠듯
“나는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20여년 넘게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침대에 누워있던 벨기에인 롬 하우번은 최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의사에게 자신이 깨어있음을 전할 수 없었던 고통을 말했다.
1983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그는 여러차례의 혼수상태(코마) 검사 끝에 병원 쪽으로부터 ‘지속식물상태’라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깨어있음을 믿은 어머니의 끈질긴 주장으로 23년이 지난 2006년, 벨기에 리에주 대학병원 뇌사과학그룹의 스테번 라우레이스 교수는 새로운 뇌 검사기술로 그를 진단하기로 했다. 라우레이스는 <시비에스>(CBS)에 “PET 스캐너(MRFI)로 진단한 결과 그의 뇌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다 듣긴 했지만 온 몸이 마비돼 응답할 수 없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사연은 최근 학술지에 사례가 발표되며 알려지게 됐다. 라우레이스는 “최소의식상태(MCS)가 식물상태로 잘못 진단된 경우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그가 혼수상태에 있다가 중간에 깨어났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어쨌든 하우번은 이제 특별제작된 키보드와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의사소통을 한다. 그는 라우레이스와의 만남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시엔엔>(CNN)은 24일 이번 사례가 “혼수상태로 보이는 환자의 의식상태를 진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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