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시, 일부 방송국 폐쇄 등 대대적 예산삭감
인디팬던트는 러시아 재벌에 ‘1파운드 매각설’
인디팬던트는 러시아 재벌에 ‘1파운드 매각설’
영국 언론들이 수난시대에 들었다.
공영방송 <비비시>(BBC)의 마크 톰슨 사장이 2일 두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폐쇄하고 온라인 서비스를 25% 줄이는 대대적인 예산 삭감조처를 발표하면서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가디언> <더 타임스> 등이 전했다.
이날 발표된 조처로 서남아시아 지역 영국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운영됐던 <비비시 아시안 네트워크>와 얼터너티브 음악 방송국인 <비비시 6 뮤직> 등 두개의 디지털라디오 방송국은 내년에 폐쇄된다. 톰슨 사장은 또 2013년까지 온라인 관련 예산과 인력을 25% 줄이고, 스포츠 해외중계료에 상한선을 두는 등 일련의 조처로 6억파운드(8억9000만달러)를 절약해 “좀더 질 높은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비시 노조 쪽은 “6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됐다”며 “전혀 필요하지도 않고 순전히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 내려진 조처”라고 반발하고, 파업을 경고했다. 이들은 시청자 수신료에 의존하는 비비시가 오는 6월 총선을 앞두고 비비시에 상대적으로 적대적인 보수당 정권 등장에 대비하거나 경쟁 방송사의 비판을 잠재우려는 의도라고 본다. 지난달 말 이런 방침이 일부 알려지며 ‘6 뮤직’ 지키기 서명운동엔 현재까지 8만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중도진보 성향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러시아의 신흥 재벌 알렉산드르 레베데프의 회사로의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대중지 <이브닝 스탠더드>를 인수해 아들 예브게니를 사장에 앉혔던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레베데프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인디펜던트 뉴스 앤 미디어 그룹과의 매각협상 가운데 큰 걸림돌이 없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더 타임스>는 최근 이와 관련해 “레베데프가 모든 채무를 떠안고 신문 이름을 유지한 채 10년치 인쇄 계약대금 1500만달러도 부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신문값을 대폭 낮춰 <가디언> 등과 경쟁시키거나 무가지로 전환해 광고를 통한 수익을 창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더 타임스>를 인수한 뒤 갈등을 빚던 기자들이 뛰쳐나와 1986년 독립언론으로 창간한 <인디펜던트>는 최근 적자 누적으로 고전해왔다. <더 타임스>는 레베데프가 <인디펜던트> 1부 값에 해당하는, 상징적인 단돈 1파운드에 신문을 인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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