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외국인 겨냥한 계획된 테러”
러시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35명을 숨지게 했던 지난 24일 자살 폭탄테러를 일으킨 범인이 북 캅카스 지역 한 자치공화국 출신의 20살 남성으로 확인됐다고 러시아 정부가 29일 밝혔다.
연방수사위원회의 블라디미르 마르킨 대변인은 공범 검거 작전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름 등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번 범행이 “외국인들을 겨냥해 정교하게 계획된 테러였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2014년 동계올림픽, 2018년 월드컵 등을 앞둔 러시아의 보안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기 위해 일부러 외국인을 노렸다는 해석이다.
실제 사망자 35명 중에는 러시아인 외에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8명의 외국인이 포함됐었다.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들의 테러에는 항상 메시지가 있다”며 “지난해 4월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가 러시아 정보기관인 FSB(KGB의 후신)에 대한 경고였다면 이번 테러는 외국인들에게 러시아가 위험한 지역이란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첸, 다게스탄, 잉구셰티아 공화국 등이 모여있는 러시아 남부 북 캅카스 지역은 러시아 정부가 이슬람 단체들 중심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폭력적으로 진압해오며 ‘화약고’가 돼 왔다.
연방수사위원회는 또 지난해 31일 모스크바 남동쪽 외곽의 한 자연공원 내 여관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관련자들도 모두 파악했다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검거됐고 4명은 체포 영장이 청구된 상태며, 몇명은 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두 사건은 북캅카스의 각각 다른 공화국에 근거지를 둔 2개의 테러조직에 의해 별개로 저질러진 것이라고 마르킨 대변인은 설명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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