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74) 이탈리아 총리
잇따른 섹스스캔들과 재정수지 악화에 따른 경제위기에 봉착해 국민들로부터 사임압력을 받아온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8일(한국시각 9일 새벽) 국회 심의 중인 재정안정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달 안에 정식 퇴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베를루스쿠니 총리가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현재 의회 심의중인 새 예산관련법안이 통과한 뒤 사의할 뜻을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하원은 이날 2010년도 회계예산에 관한 법안을 가결했으나 이는 야권의 기권에 따른 것이다. 여당의 찬성표는 과반수에 8표 못 미치는 308표에 머물러 베를루스코니 정권은 사실상 식물상태에 놓였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법안 가결 뒤 연립여당인 북부동맹 집행부 쪽으로부터 사퇴를 권고받고 곧바로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사퇴의사를 굳혔다. 총리는 2013년까지 재정수지를 확실히 흑자화하겠다는 재정안정법안을 국회 통과시킨 뒤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할 전망이다. 총리 사퇴를 우선시하는 야당은 이 법안에 한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져 법안은 2~3주 뒤에 국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리는 최대 여당인 자유국민당의 알파노 간사장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의 협력을 얻지 못하면 차기 정권은 이르면 내년 봄 해산을 선언해 총선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유럽연합에서 경제규모 3위권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는 재정악화로 8일 시장에서 국채(10년만기)의 수익률이 6.7%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유로권에서 경제상황이 좋은 독일과 국채수익률 차이가 16년만에 최고 수준까지 벌어져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그리스, 포루투갈, 아이슬랜드에 이어 국제지원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근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의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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