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노동장관 야니치스·전 재무장관 파파도풀로스
“사람들은 나를 ‘카산드라’라고 불렀다.”
2001년 그리스 노동장관이었던 타소스 야니치스는 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가 여야 모두의 비난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자신의 처지를 그리스 신화 속 비극적 인물인 카산드라에 비유했다. 카산드라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예언을 해도 아무도 믿는 이가 없는 운명을 지닌 인물이다. ‘트로이의 목마’를 조국 트로이 땅에 들이지 말라고 했으나, 그의 예언을 아무도 듣지 않아 트로이는 결국 멸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리스에는 20여년 전부터 그리스 위기를 내다보고 개혁을 촉구했으나, 동료들에게조차 외면당했던 카산드라 같은 정치인들이 있었다고 11일 전했다. 야니치스 전 노동장관이 제시했던, 연금 수령액은 깎고 연금구조는 지속가능하게 바꾸자는 연금 개혁안은 당시 집권 중도좌파 사회당 의원들조차 반대해 의회 표결도 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그의 말에 공감했던 이는 알레코스 파파도풀로스 전 재무장관이었다.
파파도풀로스 전 재무장관은 1996년 집권 사회당의 총리였던 콘스탄티노스 시미티스에게 “우리가 그리스를 유럽적인 방향으로 진정하게 이끌려면, 현재 그리스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아닌 잘 사는 사람들이 필요한 희생을 해야 한다”며 기득권층의 양보와 개혁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던 인물이다. 그리스 경제위기가 한창인 요즘 쓴 글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글이지만, 20여년 전에 쓴 글이다. 파파도폴로스 전 장관은 유로존 가입을 추진했지만 가입 이듬해인 2002년 그리스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그리스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이전보다 싼 금리로 빌린 돈으로 흥청망청하는 데 정부는 개혁을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을 요구하다가 같은 당 동료들에게조차 심한 구타와 욕설을 당했다. 그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머리는 하얗게 새버렸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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