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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유럽연합 분열 노출…독일도 상처뿐인 승리

등록 2015-07-13 20:46수정 2015-07-13 21:54

“#이것은 쿠데타다.”

13일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협상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지만, 합의 과정에서 유로존의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독일을 중심으로 북유럽과 동유럽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도 감수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불가하다면서 대립하기도 했다.

특히,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리스를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시켜야 한다는 방안까지 들고나온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등 강경파들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 소셜미디어의 하나인 트위터에선 ‘#이것은 쿠데타다’(#ThisIsACoup)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메시지들의 전송량이 13일 그리스와 독일에서 1위, 세계적으로도 2위를 기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독일이 그리스에 강요한 구제금융 조건이 사실상 그리스의 경제주권을 박탈하는 쿠데타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은 양보 없는 태도로 자국의 요구를 관철시켰지만, 세계시민의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됐다.

앞서 12일 노벨경제학상(2008년)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뉴욕 타임스> 블로그에 ‘유럽 프로젝트 죽이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것은 쿠데타다’ 해시태그 달기는 정확히 옳은 것”이라고 지지하고 나섰다. 크루그먼은 “설혹 치프라스(그리스 총리)가 무능한 바보이고, 시리자는 쫓겨나야 하고, 심지어는 성가신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을 환영하는 게 다 맞다고 치더라도, (그리스에 대한) 유럽의 요구는 미친 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유럽 채권단의 요구는 “그리스에 대한 보복을 넘어 국가주권의 전적인 파괴”이며 “그리스가 받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받아들일 경우 유럽(통합) 프로젝트가 표방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기괴한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에선 독일 정부가 보여온 완강하기 짝이 없는 압박에 대한 비난과 분노가 들끓고 있다. 구제금융 5년 동안 극도의 긴축으로 삶이 피폐해진 현실에서, 채권단이 마지막 자존심까지 허물어뜨리려는 데 대한 강한 반발이다. 그리스 집권 시리자 소속의 디미트리오스 파파디물리스 유럽의회 의원은 유로존의 밤샘회의가 이어진 12일 <로이터> 통신에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그리스와 그리스 국민에게 굴욕감을 주거나 치프라스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라고 분개했다.

독일의 태도가 지나치다는 인식은 유럽 채권단 쪽에서도 나온다. 유럽연합의 한 고위 관리는 독일 등 채권단이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부한테 3차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내건 요구들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그리스에 대한 엄청난 ‘정신적 물고문’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12일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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