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들에겐 공지없이 경기 계속
“알렸다면 8만명 아수라장” 시각도
“알렸다면 8만명 아수라장” 시각도
지난 13일 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외곽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8만명의 일반 관중과 함께 프랑스와 독일의 친선 축구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를 앞두고 주최국 프랑스와 막강 우승 후보 독일이 맞붙은 ‘빅매치’에 경기장은 온통 흥분 상태였다.
전반 15분께 경기장 밖에서 큰 폭발음이 들려왔다. 경기장 밖과 파리 도심에 테러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올랑드 대통령은 축구경기 관람을 멈추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기는 계속됐고, 관중들은 테러 발생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프타임 때 헬리콥터가 경기장 위를 돌고, 휴대전화 등으로 소식을 듣고 나서야 관중들은 경기장 주변을 비롯한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됐다. 프랑스가 2 대 0으로 승리하며 경기가 끝난 뒤 “외부 상황 때문에 일부 출입구는 폐쇄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겁에 질린 일부 관중들은 경기장에 안에 머물며 서로 껴안거나 휴대전화로 바깥 소식을 파악하려 애를 썼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은 전했다. 축구장 보안요원 주에르는 “첫 폭발음을 들었을 때 폭죽 소리로 착각했지만 귀빈석 근처를 경비하면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피신하는 모습을 보고 폭죽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월스트리스저널>에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와 비상 각료회의를 소집했다. 당시 경기장에 있던 <더 루트>의 전직 편집장인 조엘 드레이퍼스는 <위싱턴 포스트>기고문에서 “뒤에 알았지만 올랑드 대통령은 은밀히 대피했지만, 관중들에겐 아무런 공지도 없이 게임은 계속됐다”며 “휴대폰으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관중 대부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테러 사실을 관중들에게 알리고 경기를 중단했다면 공포에 사로잡힌 8만명이 한꺼번에 밖으로 나가려다 큰 인명 피해가 났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자살 폭탄 테러가 잇따라 발생했던 경기장 밖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 축구경기를 관람했던 알린 마티스는 “모든 게 꽤 잘 처리됐다. 경기를 끝까지 놔둔 게 (전체 관중의) 패닉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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