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무인항공기)이 민간에서도 상용화하면서 드론을 이용한 범죄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드론이 공공안전을 위협하거나 드론 관련 분쟁도 크게 늘면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 온라인 매체 <인디펜던트>는 7일 영국의 45개 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답변을 확보한 21곳의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영국 경찰의 드론 관련 사건 통계를 보면, 누구나 판매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드론을 이용한 범죄와 사건·사고가 2015년에만 425건으로 전년(94건)보다 4배나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5월 말까지만 관련 보고 건수가 272건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발생 건수를 훌쩍 넘어섰다.
드론 관련 사건·사고는 개인 및 공공안전 위협이 257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절도나 성 범죄 등 다양한 유형의 범죄와 반사회적 행위에 악용되는 사례도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방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장착해 현금인출기 이용자의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남의 집 침실을 훔쳐보거나, 교도소 수감자에게 마약이나 휴대폰 심카드 등 반입 금지물품을 밀반입했다. 심지어 어린이들의 놀이터 상공에 드론을 띄워 소아성애 범죄 대상을 탐색한 사례도 있었다.
드론은 사람과 차량의 안전에 위험 요소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항공기 운항에도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 민간에 판매중인 드론은 최대 시속 70마일(약 112km), 비행 고도 1만피트(약 3km)까지 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갖추고 있어서다. 지난 5월 맨체스터 공항 상공에서는 한 민간인이 조종하던 드론이 마침 활주로에서 막 이륙한 보잉 757 여객기의 조종석 왼쪽 위로 불과 15m 거리까지 접근해 충돌할 뻔한 아찔한 일이 있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이처럼 우발적으로 일어난 초근접 비행을 ‘준사고(Near Miss)’로 분류한다.
드론들은 초고해상도 카메라와 야간 투시 카메라까지 장착할 수 있으며, 이런 장비로 촬영한 사진들을 휴대폰 같은 모바일 기기로 전송하는 데에도 아무런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영국 사우스웨일스에서는 한 드론 조종자가 아파트 안에서 옷을 벗고 있던 여성을 도촬한 관음증 사건이 보고되면서 개인 프라이버시에 비상이 걸렸다.
드론이 조종자의 실수나 조종 미숙, 무선조종 범위 이탈 등으로 추락하는 사고도 점차 늘고 있다. 아직까지 인명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추락한 드론이 자동차를 파손한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다. 드론으로 인한 이웃들간 다툼도 일고 있다. 서섹스주 베뎀에서 한 주민이 평소 사이가 나쁘던 사람이 날리던 드론을 산탄총으로 쏴버리는가 하면, 잉글랜드 더럼에선 드론 비행에 불쾌감을 느낀 보행자가 조종자를 밀치고 무선 조종기를 빼앗아 던져버리는 바람에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드론 레이싱 챔피언십에 참가한 한 드론이 상공을 날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인디펜던트> 보도는 영국의 통계만을 전하고 있지만, 드론을 이용한 범죄와 안전사고, 분쟁은 영국뿐 아니라 여느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앞으로 늘어날 게 뻔하다는 점에서 관련 규제책 마련이 시급하다. 영국 경찰의 무인항공시스템 책임자인 스티브 베리는 “경찰과 민간항공국은 드론이 유발하는 위협을 충분히 파악하고 적절한 기술적 대응책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