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매체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45·사진)가 은신하고 있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어산지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미국 대선을 3주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된 정보를 집중 폭로해온 어산지의 고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콰도르 정부는 18일 주영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고 있는 어산지의 인터넷 연결을 제한하면서 성명을 내고 “(에콰도르 정부는) 타국 국내 사안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존중한다. 특히,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타국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보다 하루 앞선 17일 위키리크스는 클린턴 후보가 2013년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진행한 연설문 내용을 폭로한 뒤 어산지와의 인터넷 연결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항의하면서, 지난달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에콰도르 방문 당시 어산지의 미 대선 관련 폭로를 멈추도록 에콰도르 정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위키리크스의 의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번 조처는 어산지의 줄어든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6년 개설된 위키리크스는 ‘정보 투명성’을 근거로 주요 정부의 기밀 문서들을 폭로하며 독보적 지위를 누렸으나, 전직 국가안보국(NS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등장과 ‘파나마 페이퍼스’ 의혹 등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영향력이 줄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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