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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눈사태 덮친 28시간…‘겨울왕국’ 부르며 두 꼬마 품은 9살

등록 2017-01-25 17:15수정 2017-01-25 22:57

이탈리아 눈사태 덮친 호텔 잔해 추위·암흑속
6살·7살 동생들에게 ‘겨울왕국’ 들려주며 버텨
28시간만에 극적 구조…이레째 29명 사망·실종
이탈리아 중부 산악공원에서 눈사태가 호텔을 덮친 지 만 하루가 지난 20일 오전 9살 소년 에도아르도(가운데·얼굴 모자이크 처리)가 매몰 현장에서 구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산악구조대 제공/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중부 산악공원에서 눈사태가 호텔을 덮친 지 만 하루가 지난 20일 오전 9살 소년 에도아르도(가운데·얼굴 모자이크 처리)가 매몰 현장에서 구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산악구조대 제공/EPA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눈사태가 덮쳐 무너진 이탈리아 중부 리고피아노 호텔의 잔해 더미에 갇힌 9살 소년이 자기보다 어린 두 꼬마에게 디즈니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주며 함께 버틴 끝에 28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부모와 함께 이 호텔에 머물던 에도아르도 디 카를로는 게임방에서 혼자 놀던 중 눈사태로 호텔이 붕괴돼 그대로 갇혀버렸다. 카를로는 그 좁은 곳에 자기보다 어린 6살과 7살 꼬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과 음식은커녕 햇빛 한줌 없이 춥고 캄캄한 폐쇄공간은 아이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에도아르도는 그러나 놀랄 만큼 침착했다.

에도아르도는 6살 소녀 루도비카가 <겨울왕국>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에도아르도는 어린 두 동생을 껴안고 체온을 유지하면서 <겨울왕국>의 줄거리와 노래들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들려줬다. 루도비카는 마침 눈사태가 나기 이틀 전 6살 생일을 맞아 부모에게 선물받은 엘사 공주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이탈리아 중부 산악지대의 눈사태로 무너진 호텔에 갇혔다가 만 하루 만에 다른 2명의 어린이와 함께 구조된 6살 소녀 루도비카가 20일 구조대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파린돌라/안사 통신
이탈리아 중부 산악지대의 눈사태로 무너진 호텔에 갇혔다가 만 하루 만에 다른 2명의 어린이와 함께 구조된 6살 소녀 루도비카가 20일 구조대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파린돌라/안사 통신
아이들은 눈사태와 잔해 더미 아래에서 ‘겨울왕국’을 상상하며 추위와 배고픔과 공포를 버텨냈다. 그렇게 만 하루가 더 지난 20일 아이들은 구조대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루도비카의 부모도 구조됐지만, 에도아르도의 부모는 숨졌고, 7살 소년의 부모는 아직 실종 상태다.

이 사연은 아이들에 대한 심리치료 과정에서 밝혀졌다. 전문의 알레산드라 파냐니는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세 아이는 작은 팀처럼 서로 끌어안고 함께 공포를 극복했다”며 “아이들에겐 놀이가 중요한 표현 수단이다. 함께 놀이하는 게 자신들에게 닥친 사태를 쫓아내는 길이라는 걸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고 1주일째인 25일 현재 11명이 구조됐으나 사망자는 17명으로 늘었고, 아직도 최소 12명이 실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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