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독일연방의회에서 독일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가운데) 전 외무장관이 요하임 가우크(오른쪽) 현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12일 치러진 독일 대선에서 ‘트럼피즘’에 매우 비판적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61·사회민주당) 전 외무장관이 당선됐다. 슈타인마이어 후보는 이날 독일연방의회의 투표로 치러진 간접선거에서 유효투표 1239표(전체의석은 1260석) 중 931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어 새 대통령에 선출됐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전했다.
이번 대선에는 집권 기독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 소속 슈타인마이어 전 장관을 비롯해, 좌파당의 크리스토프 부터베게,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의 알브레흐트 그라서 부대표 등이 출마했다. 독일 대선에서 중도좌파 사민당 후보가 당선된 건 18년만이다. 내각제인 독일에서 대통령은 국정의 실권이 없지만 의전서열 1위이자 국가수반으로 상징적, 도덕적 권위가 크다.
슈타인마이어 당선자는 당선 직후 의회에서 한 수락 연설에서 “용감해지자, 우리는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어지러운 시기를 살고 있으며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갇혀있다”며 “그러나 독일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며, 안정을 위해 싸울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전체주의(나치즘)를 극복한 뒤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닻이 됐다는 게 정말 멋지지 않느냐”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다문화, 민주주의, 자유와 같은 근대 민주주의적 가치들이 위협받는 현실을 경계하고 그에 맞서라는 격려로 풀이된다. 슈타인마이어 당선자는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중 트럼프 후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집권기에 외무장관으로 호흡을 맞춘 슈타인마이어의 당선에 “오늘은 독일에 기쁜 날”이라며 축하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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