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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사퇴 압박, 면책권 박탈, 정체성 시비…프 대선 어디로 가나

등록 2017-03-05 15:54수정 2017-03-05 20:26

공화당 피용, 63살 생일에 ‘후보 교체’ 압박
극우 르펜, 채용 비리 이어 혐오사진 유포
중도신당 마크롱 첫 1위 불구 ‘정체가 뭐냐’
집권 사회당 아몽은 좌파연대 불발로 주춤
프랑스 대선의 중도신당 ‘전진’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이 지난 1일 파리에서 열린 국제농업박람회에 참석해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마크롱은 3일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지지율 1위에 올라섰다. 파리/EPA 연합뉴스
프랑스 대선의 중도신당 ‘전진’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이 지난 1일 파리에서 열린 국제농업박람회에 참석해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마크롱은 3일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지지율 1위에 올라섰다. 파리/EPA 연합뉴스
다음달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 정국이 갈수록 혼미해지고 있다.

올해초까지만도 결선투표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주자였던 프랑수아 피용(63·공화당) 전 총리가 자신의 63번째 생일을 맞은 4일 ‘후보 사퇴’ 요구가 71%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망연자실했다. ‘반 이민’을 앞세워 1차 투표(4월 23일) 지지율 선두를 달려온 극우정당의 마린 르펜(48) 대표는 이슬람극단주의 세력의 잔혹행위 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에 직면했다. 사회당 경제장관을 사임하고 중도신당 ‘전진’의 후보로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이날 처음으로 1차투표 지지율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지만 모호한 정체성을 두고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관련기사 : 선두 급락·신예 돌풍…프랑스 대선 ‘태풍권’ 진입)

피용은 지난달 프랑스 주간 <카나르 앙셰네>의 ‘세비 횡령 의혹’ 폭로로 위기를 맞았다. 피용이 과거 하원의원 시절 부인 페넬로프를 이름 뿐인 보좌관으로 채용해 매달 수천유로의 세비를 받았다는 것이다. 5년만에 재집권을 노리는 공화당 지도부는 4일 긴급회의를 열어 피용을 대선 후보로 계속 지지할지 여부를 재검토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공화당은 이날 성명에서 “대선을 7주 앞두고 정치 상황의 변화를 감안해, 6일 오후 6시부터 피용 후보도 참석하는 정치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대선의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63) 전 총리가 63번째 생일이자 후보 사퇴 압력이 더 높아진 4일 파리 인근 도시 오베르빌리에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오베르빌리에/AFP 연합뉴스
프랑스 대선의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63) 전 총리가 63번째 생일이자 후보 사퇴 압력이 더 높아진 4일 파리 인근 도시 오베르빌리에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오베르빌리에/AFP 연합뉴스
앞서 3일에는 피용 후보 선거캠프의 파트리크 스테파니니 본부장과 티에리 솔레르 대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지 않다”며 전격 사임했다. 다음날에는 공화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5명이 피용 지지를 철회하며 후보 교체를 요구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피용의 부인 페넬로페는 4일 프랑스 주간 <주르날 뒤 디망슈>에 “내가 아니었더라도 그(피용)는 다른 누군가를 보좌관으로 채용하고 보수를 주었을 것이다. 모든 건 합법적이었고 세비 신고도 했다”고 해명하며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날 잡지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1%가 ‘피용의 후보 사퇴’를 원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대선 후보이자 유럽의회 의원인 마린 르펜이 지난 1월 유럽의회 의장을 선출하는 회의에 참석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AFP 연합뉴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대선 후보이자 유럽의회 의원인 마린 르펜이 지난 1월 유럽의회 의장을 선출하는 회의에 참석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AFP 연합뉴스
‘반난민·반이슬람“을 내세운 마린 르펜은 2015년 12월 이슬람국가(IS)의 참수형 장면을 포함한 끔찍한 사진들을 트위터로 퍼뜨린 사실이 문제가 돼 대선 가도에 큰 복병을 만났다. 유럽의회가 지난 2일 그의 면책특권 박탈을 의결하면서, ‘폭력적 이미지의 유포’ 혐의로 프랑스 수사법원의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르펜 쪽은 “(사진 유포는) 의원으로서 이슬람국가의 잔혹함을 비난한 것”이라며 “면책특권 박탈은 매우 터무니 없고 문제가 많은 정치적 의도”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아에프페> 통신은 프랑스 사법당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수일 안에 이뤄질 이 조사는 유럽의회 의원인 르펜의 보좌관 채용 비리와는 별건”이라고 밝혔다.

전진 후보인 마크롱은 3일 발표된 <프랑스2> 방송의 여론조사에서 1차 투표 지지율 27%를 기록하며 이번 대선 경쟁에서 처음으로 선두에 나섰다. 줄곧 1위였던 르펜은 25.5%로 뒤쳐졌고, 피용은 19%였다. 이런 추세라면 마크롱이 르펜과 함께 결선 투표에 진출한 뒤 최종 승리를 거머쥘 가능성이 커보인다. 마크롱은 유럽연합 강화와 인권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친기업 자유시장과 공공지출 축소를 주장하며 좌우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다. 이는 지지층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동시에 구체적 정책보다는 모호한 이미지 정치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 사회당의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가운데)이 지난 2일 파리에서 열린 국제농업박람회에서 측근 및 지지자들과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프랑스 사회당의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가운데)이 지난 2일 파리에서 열린 국제농업박람회에서 측근 및 지지자들과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기본소득 보장을 내건 ‘선명 좌파’ 브누아 아몽(사회당)은 지난주 좌파 연대를 제안했으나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하면서 1차 투표 지지율 12~13%(4위)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중도좌파 성향이 대부분인 현 집권 사회당 내각과 의원들은 아몽 캠프와 거리를 두고 아몽과 마크롱 사이에 저울질을 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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