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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페로제도의 들쇠고래 ‘도살’…벌써 617마리째

등록 2017-07-13 09:47

올해 8차례 사냥…대서양낫돌고래 합치면 700마리 육박
시셰퍼드 “덴마크 행정기관 개입…유럽연합 법률 위반”
지난 5일 페로제도 흐반나준트에서 몰이사냥으로 잡힌 들쇠고래가 해안가에 쌓여있다. 정확한 종의 명칭은 ‘긴지느러미들쇠고래’(long-finned pilot whale)다. 시셰퍼드는 이날 70마리가 희생됐다고 밝혔다.  시셰퍼드 제공
지난 5일 페로제도 흐반나준트에서 몰이사냥으로 잡힌 들쇠고래가 해안가에 쌓여있다. 정확한 종의 명칭은 ‘긴지느러미들쇠고래’(long-finned pilot whale)다. 시셰퍼드는 이날 70마리가 희생됐다고 밝혔다. 시셰퍼드 제공
매년 여름 북대서양의 페로제도(덴마크령)에서는 ‘그라인드’(grind)라고 불리는 대규모 고래사냥이 이어진다. 그라인드는 들쇠고래 무리나 이 고래의 살·지방 혹은 고래사냥 자체를 일컫는 말로 페로제도에서 쓰인다. 영어로는 ‘자르다’ ‘갈다’의 뜻인데, 역시 ‘톱질’을 연상시킨다.

‘그라인드’라는 말은 페로제도의 들쇠고래 사냥 전체를 상징한다. 수십 대의 선박이 들쇠고래 수십~수백 마리를 피오르(피오르드) 해안가로 몰아 좌초시킨다. 란스(고래를 자르는 칼)나 칼로 허우적거리는 들쇠고래 머리의 하단부 척추를 싹둑 자른다. 매년 약 1000마리의 들쇠고래와 대서양낫돌고래 등이 해안가에서 이런 방식으로 도살된다. 축제처럼 벌어지는 이 행사 뒤 수확된 고래고기는 마을에서 소비된다.

올해도 페로제도에서는 들쇠고래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 해양보전단체 ‘시셰퍼드'는 13일 “지난 5월21일부터 8차례 사냥으로 들쇠고래 600여마리와 대서양낫돌고래 61마리가 도살됐다”고 밝혔다. 사냥 과정에서 숨진 개체를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시셰퍼드는 덧붙였다.

해안가에 좌초된 들쇠고래는 란스나 칼 등으로 ‘톱질’을 당한다. 머리 하단부 척추가 절단되면서 들쇠고래는 죽는다.  지난 5일 흐반나준트에서 도살된 들쇠고래들.  시셰퍼드 제공
해안가에 좌초된 들쇠고래는 란스나 칼 등으로 ‘톱질’을 당한다. 머리 하단부 척추가 절단되면서 들쇠고래는 죽는다. 지난 5일 흐반나준트에서 도살된 들쇠고래들. 시셰퍼드 제공
올해 사냥은 5월21일 보이외르 해안가로 들쇠고래 83마리를 몰이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6월16일에는 토르셰븐에서 164마리가 희생됐고, 26일에는 흐발비크에서 157마리, 29일에는 트요르누비크에서 43마리가 사냥됐다. 그리고 이달 5일과 8일에는 흐반나준트에서 141마리, 9일 토르셰븐에서 29마리의 들쇠고래가 쫓겨와 바다를 피로 물들였다.

1980년대부터 페로제도에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셰퍼드는 13일 <한겨레>에 지난 5일 사냥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내주면서, 새로운 전략의 ‘피의 피오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시셰퍼드는 페로제도의 고래사냥이 유럽연합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셰퍼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페로제도에서 이뤄지는 고래사냥이 유럽연합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며 적절한 조처를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유럽연합은 고래류의 생태 훼손, 포획, 사냥을 금지하고 있지만, 페로제도는 덴마크 자치령이기 때문에 유럽연합 법률을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시셰퍼드는 “덴마크 경찰, 해군, 세관 직원들이 고래사냥이 유지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심지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 ‘야생 식생 및 서식지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셰퍼드는 실제로 1980년대 이후 자원활동가 28명이 페로제도 포경 반대 활동 중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 회원국인 덴마크의 공권력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2012년 8월 여러 척의 선박으로 들쇠고래를 모는 페로제도 주민들.  아일린 산다/크리에이티브 코먼스
2012년 8월 여러 척의 선박으로 들쇠고래를 모는 페로제도 주민들. 아일린 산다/크리에이티브 코먼스
해안가에 좌초한 들쇠고래는 위와 같은 도구를 분수공(분기공)에 끼워 육지로 이동시킨다.  아일린 산다/크리에이티브 코먼스
해안가에 좌초한 들쇠고래는 위와 같은 도구를 분수공(분기공)에 끼워 육지로 이동시킨다. 아일린 산다/크리에이티브 코먼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해 11월24일 페로제도 법원이 시셰퍼드의 제시 트레버톤 선장에 대해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500크로네 벌금을 선고한 사건이다. 2014년 9월17일 놀소야르피오르에서 트레버톤 선장과 활동가 2명은 시셰퍼드 선박 스핏파이어호를 이용해 대서양낫돌고래 200마리를 다른 해안가로 몰고 가 ‘몰이 사냥’에서 ‘구출’했는데, 법원이 이를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과속 운항으로 인한 시끄러운 소리가 돌고래 생태에 영향을 줬다며 유죄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시셰퍼드는 ‘트레버톤 선장이 유죄라면 돌고래 사냥을 벌이는 주민들도 유죄’라는 입장이다.

페로제도에서 잡히는 들쇠고래는 한국 바다에서 가끔 관찰되는 들쇠고래와 친척뻘인 ‘긴지느러미들쇠고래’(long-finned pilot whale)다. 고래류 중에서 가장 강한 사회성을 갖고 있으며, 바닷가에 집단 좌초하여 ‘고래의 자살’로 유명하다. 아직 집단 좌초의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다.

페로제도의 들쇠고래 사냥은 바다를 피로 물들이는 잔혹한 이미지 때문에 일본 다이지의 큰돌고래 사냥과 함께 최근 들어 환경단체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일본 다이지의 돌고래 사냥이 전 세계 수족관으로 팔려가는 ‘상업포경’인 반면 페로제도에서는 고래고기가 마을에서 소비되고 끝나기 때문에 문화적 전통이라고 페로제도는 주장한다. 하지만 시셰퍼드 등 환경단체는 들쇠고래 사냥이 종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높은 중금속 수치로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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